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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초·중·고교육비 신용카드 납부 길 열렸다

  • 2018.04.12(목) 11:35

법제처 "국민생활 필수요소, 수수료 할인 가능"
논란 핵심 '0% 수수료'는 철회 가능성
금융위·교육부, 의견수렴해 수수료율 결정

 

전국 초·중·고등학교 교육비를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교육부와 금융위원회가 교육비에 대해 신용카드 수수료 0%를 적용하는 것을 두고 대립한 가운데, 법제처가 '수수료 할인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놔 초·중·고교육비 신용카드 자동납부제가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여전히 "수수료 0%는 안된다"는 입장이어서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법제처는 최근 교육부가 의뢰한 '교육비 신용카드 수수료 할인 가능'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렸다. 법제처는 "국공립학교가 여신금융업감독규정상 수수료 할인이 허용된 국가·지방자치단체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교육비가 같은 규정에서 허용한 국민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공공성을 갖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교육부와 금융위의 법령해석 차이로 중단됐던 교육비 신용카드 자동납부 서비스 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전국 초·중·고교육비에 대해 신용카드 자동납부가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말부터는 전국 교육청에서 일부 학교를 대상으로 교육비 신용카드 자동납부제 시범사업을 전개했다.

학교가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고 학부모가 교육비를 신용카드로 지불하면 학교가 카드사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에는 신한·KB국민·삼성·BC·하나·현대·롯데·NH농협카드 등 국내 주요카드사들이 참여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0%로 책정하면서 사업이 좌초위기에 처했다. 금융위원회가 여신전문금융업법과 감독규정상 수수료 0%는 불가하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감독규정에는 '카드사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와 직접 가맹계약을 맺거나 가맹점이 특수가맹점인 경우에 수수료율을 적격 비용 이하로 산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학부모부담경비에는 공공성과 관련없는 급식비와 현장학습비, 우유비 등 민간 재화가 포함되어 있다"며 "특히 수수료 0%는 위법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와 금융위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자 교육부는 올해 초 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의뢰했고 사업 기준 자체가 불명확해지자 초·중
·고교육비 자동납부 시범사업은 일시 중단된 상태다.


법제처는 일부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신용카드업자와 신용카드가맹점계약을 체결하는 주체는 각 학교의 장으로 교육부가 주장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아니라면서도 교육비 납부는 공공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교육비 신용카드 수수료 할인의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논란의 핵심인 '수수료 0%'는 여전히 논란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제처 판단은 공정하고 합리적인 근거에 기준해 과도하게 낮아서는 안된다는 취지"라면서 "신용카드 세금 수수료 0.8%, 대중교통 수수료 1.5% 내외인 것을 감안하고 업계의견을 수렴해 교육부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기대와 걱정이 함께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드 프로모션과 신규 수익처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조달금리인상에 우대수수료 인하 등 경영 여건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숨통이 트였다"고 설명했다. 2016년 초·중·고교육비 학부모부담금 규모는 약 4조9000억원. 여기에 세금 카드 수수료율인 0.8%가 교육비 수수료로 적용된다고 가정한다면 수수료 규모는 최대 390억원이다.

 

다른 관계자는 "수익성과 비용을 잘 따져야 하는데 낮은 수수료율이 매겨질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빠르면 내달 중순께 사업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금융위와 협의한 뒤 시·도 교육청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며 "앞으로 학교들이 가맹점 계약을 맺는 행정적인 절차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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