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구제제도는 유사 피해자에게 같은 보상을 일괄적용하는 것으로 이럴 경우 보험사가 지급해야할 보험금 규모가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약관상 미비점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당국 지침에 따를 경우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비용으로 지출한 사업비를 만기에 자비로 부담해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어서 보험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정지까지 거론되며 파장이 컸던 자살보험금 사태가 재연될까 우려돼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한채 눈치만 보고 있다.
◇ '애매한 약관' 문제
만기환급형(상속형) 즉시연금은 '일정금액 이상의 보험료를 일시에 납입하고 가입 다음달부터 매달 연금을 받다가 만기때 낸 보험료를 그대로 돌려받는' 보험상품이다.
보험사는 계약자가 낸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등을 제한 금액을 보험료적립액으로 쌓아 약정한 공시이율이나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 금액을 매달 연금으로 지급한다.
보험사들은 만기가 되면 가입자가 납입한 원금을 돌려줘야하고 이를 위해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만들어야 한다. 보험사들은 사업비 등으로 빠진 비용만큼 이자수익중 매달 일부를 떼 만기까지 적립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만들어 왔다. 이 적립금을 뺀 나머지를 매달 연금으로 지급했다. 이자수익이 줄어들거나 금리가 낮아져 공시이율이 하락하면 그만큼 연금이 줄어드는 구조다.
이번 사태는 보험사들이 이같은 즉시연금의 연금액 산정구조를 약관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불거졌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연금수령액이 예상액보다 적다며 민원을 제기한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가입자 손을 들어줬다.
삼성생명은 연금산정 구조를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기재했고, 약관에는 산출방법서에 따른다고만 명시했다.
분쟁조정위는 "매달 연금을 지급할때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고 산출방법서가 약관에 편입됐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적립액에서 발생한 이자수익에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포함한 금액을 연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하고 이같은 내용을 지난 3월 생명보험사들에 통보했다.
자살보험금 문제가 불거졌던 때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보험업계의 허술한 약관이 문제로 제기된 것이다.
삼성생명은 해당 분쟁건을 조치한 후 모든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계약자에 일괄적용할 것인지를 이달 열릴 이사회에서 결정할 계획이다. 삼성생명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계약자는 5만5000여건, 4200억원 규모다.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이 2500여명 850억원, 교보생명이 1만5000여명 700억원 규모로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 6월 삼성생명과 마찬가지로 분쟁조정위 조정결과가 나와 이에 대한 법률검토를 진행중이며 교보생명도 대응방안을 고민중이다.
◇ 보험사 "비용으로 쓴 사업비 돌려주라는 것" 반발
보험업계는 약관의 미비점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지만 분쟁조정위 결정이 보험원리에는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납입원금에서 사업비를 떼고 보험료가 적립되기 때문에 만기보험금을 맞추기 위해서는 수익의 일정부분을 재원으로 쌓아야 한다"며 "이를 모두 연금으로 지급하고 만기에 원금을 주라는 것은 결국 사업비를 떼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약관의 미비점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하지만 분쟁조정위 결정이 보험원리에는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납입원금에서 사업비를 떼고 보험료가 적립되기 때문에 만기보험금을 맞추기 위해서는 수익의 일정부분을 재원으로 쌓아야 한다"며 "이를 모두 연금으로 지급하고 만기에 원금을 주라는 것은 결국 사업비를 떼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비가 과도할 경우 보험사가 받는 금액을 일부 축소해 가입자에게 지급하라는 경우는 있었어도 사업비를 모두 돌려주라는 식의 결정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소비자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다보니 보험원리나 법리상 맞지 않아도 소비자에게 유리하면 그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금감원은 소비자와 금융사 모두에게 공정한 심판자가 돼야 하는데 원칙을 무시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판정이 나오고 있어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떼는 것은 보험상품의 원리상 당연한데 이 금액을 만기에 보전하라는 것은 보험사 영업행위 자체를 의미없게 만드는 것과 같다"며 "보험상품의 원리, 수리적 내용이 사실상 무시된 결정으로 업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소비자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다보니 보험원리나 법리상 맞지 않아도 소비자에게 유리하면 그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금감원은 소비자와 금융사 모두에게 공정한 심판자가 돼야 하는데 원칙을 무시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판정이 나오고 있어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떼는 것은 보험상품의 원리상 당연한데 이 금액을 만기에 보전하라는 것은 보험사 영업행위 자체를 의미없게 만드는 것과 같다"며 "보험상품의 원리, 수리적 내용이 사실상 무시된 결정으로 업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자살보험금 문제때 워낙 홍역을 치른데다 종합검사 부활 등 금감원이 강경하게 나오다 보니 제대로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허술한 약관을 승인해준 금융당국과 약관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다 쓴 보험업계의 관행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과세 축소 이슈로 즉시연금을 대거 판매하던 당시의 불완전판매나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한 보험사가 새로운 상품의 약관심사를 받아 통과할 경우 이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관행이 많았다"며 "자살보험금 문제를 비롯해 이번 역시 이같은 무분별한 관행에서 불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감독당국에서 약관을 심사하는 만큼 당국도 이같은 문제에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