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신용카드의 압인결제 방법이 규정된 신용카드가맹점 표준약관 제5조2항을 개선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압인결제가 어려운 신용카드가 많고 이용을 꺼리는 가맹점과 사용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표준약관에는 신용카드 단말기가 없는 경우 압인용 매출전표에 회원의 성명과 카드번호 등을 압인한 뒤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상담원을 통해 승인번호를 받으면 결제가 가능하다. 만약 압인전표가 없다면 카드사는 가맹점에 카드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나오는 신용카드 중에는 카드번호가 양각이 아니라 잉크로 인쇄돼 나오는 것이 많아 압인결제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단말기가 없다면 결제가 되지 않는다.
가맹점들도 압인에 사용할 수기용전표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대금결제도 오래걸려 부담이 크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압인전표를 카드사나 은행에 제출하면 이를 우편을 통해 본사에서 모아 집계를 마친 뒤 최종 결제처리가 되다 보니 가맹점에 대금이 지급되기까지 1~2주가량이 소요된다.
압인결제방식은 신용카드에 마그네틱 띠가 생기기 전 널리 사용되던 방식이다. 카드를 '긁는다'고 표현하는 것도 압인결제방식으로 두고 생긴 말이다.
하지만 최근 마그네틱 방식도 복제 위험이 높다는 지적에 따라 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를 내장한 IC칩을 사용한 결제가 의무화됐다. 이에 더 오래된 압인결제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압인용 전표를 확보하지 못한 가맹점도 많고 개인정보 유출 등의 우려로 종이로 된 전표를 꺼리는 사용자들도 늘고 있다.
압인전표 업무가 많은 여행사나 방문판매업계에서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신용카드단말기업체 대표는 "압인결제 과정에서 전화인증 절차가 있어 카드 실물 사진이나 직접 적은 카드번호만으로 결제하더라도 보안상의 문제점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아예 압인이 안되는 카드도 나오는 만큼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가맹점 사업자는 "카드사가 압인결제가 되지도 않는 카드를 만들어놓고 책임을 가맹점에만 전가하고 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약관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압인결제의 개선은 필요하지만 아예 없애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는 압인결제방식이 아직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항공사의 발권업무의 경우 압인전표를 요구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국내 카드사도 해외사용이 가능한 신용카드는 예외 없이 카드번호를 양각해서 만든다.
또 압인방식이 아니라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카드번호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가맹점을 통해 카드사에 전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표준약관만 바꿔서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차라리 모든 카드를 양각방식으로 만들도록 의무화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며 "신용카드의 발급과 사용법은 국제적으로 합의된 부분이 있다 보니 약관 개정이 쉽지많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