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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금융키워드]'디지털 전환' 은행 생존이 걸렸다

  • 2018.12.13(목) 15:17

은행 내년 경영화두는 '디지털 전환'
인재육성·액션플랜 수립 등 총력
"보수적 은행문화 벗어나 빠르게 움직여야"

금융회사들이 올해 사업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내년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 올해도 경영환경이 만만치 않았지만 내년은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행과 저축은행은 이자 장사란 비판을 벗어나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 신용카드사는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사면초가다. 보험사도 성장정체를 극복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사들의 내년 과제를 키워드 중심으로 살펴본다.[편집자]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빠른 기업이 느린 기업을 이길 것이다."

지난달 금융감독원 국제심포지엄에 연사로 나선 캐시 리(Kathy Lee) 구글 클라우드 북아시아 총괄 디렉터가 한 말이다. 그는 "그 누구도 금융산업이 이렇게 변화될 것으로 생각 못했다"며 "기술로 인해 세계는 변하고 느리게 행동해선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 은행은 '큰 기업'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9개 금융지주회사 자산은 2006조원에 이른다. 점포수는 7156개, 임직원은 11만5063명이다. 자산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74.6%(1497조원)으로 절대적이다. 은행은 이 자산을 이용해 상반기에만 5조1795억원을 벌었다.

은행은 덩치가 큰 만큼 움직임이 둔하다. 자칫 돈을 떼일 수 있다는 불안이 깊게 배인 은행업의 특성상 돌다리도 두들겨 본다. 조직은 위계가 분명하고 위계를 따라 결재라인이 층층이 이어진다. 의사결정은 신중하되 더디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지난 9월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한 포럼장에서 은행의 디지털을 설명하면서 "그거 원래 그래~"라고 치부하는 고질적인 병폐와 보수적인 문화를 지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년에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신년마다 경영전략으로 디지털을 강조했지만 가만히 앉아서 이자수익을 버는 영업행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내년에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매켄지에 따르면 핀테크 영향으로 2025년 은행의 소비자금융 수익은 2015년에 비해 4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급결제와 중기대출도 각각 30%, 2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국내 은행들도 사상최대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의 말이다.

 

"은행 '이자놀이'는 한계에 부딪혔다. 금융업권간 영역이 허물어지고 변화속도는 더 빨라졌다. 이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강해졌다. 카카오뱅크, 토스 등 핀테크 기업이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다.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영역이다. 디지털 전환은 내년뿐 아니라 향후 몇년간 은행의 화두가 될 것이다. 어느 순간 핀테크 기업이 앞서나가기 시작하면 기존 은행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은행들은 이미 디지털 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달 국민은행은 '디지털 전환' 선포식을 열고 2025년까지 2조원을 투자하고 4000명의 디지털 인재를 키우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하나금융그룹도 올해를 디지털 전환 원년으로 삼고 금융회사가 아닌 '데이터 기반 정보회사'로 변하겠다고 발표했다. 신한금융그룹은 한발 앞서 지난해 디지털 전환에 착수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 등도 디지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에 금융권은 디지털 전환의 격변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ICT)업체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운영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인터넷전문은행도 추가로 개설된다. 카카오뱅크와 같이 은행과 ICT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메기'가 금융권에 풀린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핀테크시장을 옭아매고 있는 각종 규제를 더 풀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국회에서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에 핀테크 붐이 일어나고 은행과 핀테크가 자연스럽게 융합할 것"이라며 "은행들이 이를 염두에 두고 디지털전환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적인 핀테크 업체에 한해 최대 4년의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법안으로 '핀테크 혁신법'이라고도 불린다.

글로벌은행은 이미 저 멀리 앞서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골드만삭스는 27개 핀테크기업을 인수합병(M&A) 등으로 투자했고 JP모건은 지난 2년간 200억달러(22조5900억원)를 디지털에 투자했다. JP모건은 '모바일 우선, 모든 디지털(Mobile First, digital everything)' 전략으로 올 2분기 디지털·모바일 사용자수가 전년대비 12% 증가한 4800만명을 기록했다.

금감원 블록체인 자문단장을 맡고 있는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은행이 변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디지털에 적응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를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빨리 가고 있다"며 "시장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금융당국도 새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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