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자본확충을 앞두고 금융당국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향후 콜옵션 계약을 통해 카카오를 대주주로 맞이하고 케이뱅크는 유상증자 실권주 인수를 통해 KT가 대주주 자리에 오를 예정이다.
문제는 금융위원회의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다. 카카오와 KT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어 대주주 불가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심사신청이 있다면 원칙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금융업계에선 카카오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확률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KT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 카카오뱅크, 대주주 심사 예외되나
현재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다. 지분율은 50%에 이른다.
지분 18%를 보유한 카카오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콜옵션 계약을 통해 대주주 자격을 얻을 계획이다. 두 회사가 맺은 계약에 따라 카카오가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카카오에 지분 일부를 넘기게 된다.
콜옵션 행사 이후 카카오뱅크의 지분율은 카카오가 30%로 대주주가 되고 한국투자금융지주는 30%-1주로 2대 주주가 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최근 발효된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34%까지 늘릴 수도 있다.
문제는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다. 규정에 따르면 금융·공정거래·조세범칙 등 벌금형 이상 처벌을 5년 내 받은 곳은 금융사 대주주가 될 수 없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작년 8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1억원대 벌금형을 받았다. 또 카카오와 합병한 카카오M이 음원 가격 담합 혐의로 지난 2016년 말 벌금형 1억원을 판결받은 점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가능성은 높게 보는 분위기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법령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예외를 둘 수 있다.
특히 대주주 승인 심사 대상은 '한도초과보유주주'다. 카카오뱅크 주식은 김 의장 개인이 아닌 카카오 법인이 갖고 있다는 점에서 심사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카카오M 문제의 경우 합병 전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대주주 심사에 무리가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의장의 벌금형과 카카오M 문제는 금융위가 문제 삼으려면 얼마든지 걸고넘어질 수는 있다"며 "하지만 인터넷은행을 육성하려는 게 당국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는 점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케이뱅크, 벌금 7000만원의 무게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와 온도 차가 있다.
우리은행이 대주주(13.29%)인 케이뱅크는 최근 5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유증이 성공하면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1조694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유증과정에서 주주사 불참으로 발생하는 실권주는 2대 주주(10%)인 KT가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증에 성공하면 KT는 케이뱅크의 지분 34%를 확보, 대주주가 된다.
문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다. 비교적 낙관적인 시각이 많은 카카오뱅크와 달리, 케이뱅크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KT가 탈락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KT는 2016년 3월 공정거래법 위반(입찰 담합)으로 7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KT는 포스코ICT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발주하는 '스마트몰 사업자 공모'에 참여하면서 '들러리'로 롯데정보통신을 내세웠다가 적발됐다.
김 의장이 처벌을 받은 카카오와 달리 KT는 법인이 직접 벌금형을 받았다. 대주주 승인 심사 대상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관건은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을 금융위가 '경미하다'고 인정하느냐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의 승인과정 전반에서 특혜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 금융위로서는 부담이다.
그렇다고 최근 법률까지 개정하며 은산분리 완화까지 나선 마당에 대주주적격성 심사에서 KT를 거르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의견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가절차가 시작된 제3인터넷전문은행의 최종 흥행 여부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두 은행 모두 건전성 확보와 향후 사업을 위해 대주주 변경을 통한 자본확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 발굴을 위해 규제혁신이 필요하다는 청와대의 입장이 있었다"며 "금융혁신을 위해 ICT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ICT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