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적립 기간을 줄여 만기가 금방 돌아오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하고 매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들어갈 때마다 재미 요소를 주려고 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6월 출시한 '26주 적금'은 기존의 틀을 깬 대표적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보) 상품으로 꼽힌다.
적금이란 일정기간 동안 매월 일정액을 넣거나 비정기적으로 넣어 만기가 되면 원금에 정해진 이자를 붙여 돌려받는 상품이다. 따라서 고객은 금리에 주목할 수 밖에 없고 금융사들은 기본금리 수준뿐 아니라 다양한 우대금리를 제공하면서 고객유치를 해왔다.
카카오뱅크 '26주 적금'은 저축하는 습관에 중점을 둔 새로운 발상으로 출시 1년도 안돼 80만좌를 달성했다.
'26주 적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상품을 기획한 김영림·이병수 매니저를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에서 만났다.
'26주 적금'은 6개월 동안 매주 최초 가입 금액만큼 자동으로 증액해 납입하는 구조다.
가입금액은 10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1만원 가운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1000원 상품의 경우 첫 주 1000원, 다음주에는 2000원, 셋째 주에는 3000원을 납입하고 마지막 주인 26주차에는 2만6000원을 납입한다.
이렇게 1000원부터 1만원까지 소소한 금액을 모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실현하는 것이 이 상품의 핵심 컨셉트다.
"시기적으로 맞았을 뿐 (소확행을) 의도해 기획하지는 않았습니다. 1000원 상품의 경우 만기 금액이 35만1000원인데 금액은 작지만 만기와 누릴 수 있는 기쁨을 묶어주는 시너지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소확행을 생각하면 구매의 소확행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저축에도 소확행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집을 사려면 막연하고 금액면에서 부담이 큰데, (이 상품은) 1000원으로 시작해 작지만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26주 적금'의 시작은 온라인이었다.
"온라인상에 1000원 적금, 풍차돌리기 적금, 52주 적금 등 한푼, 두푼 모아 목돈을 만드는 푼돈 재테크를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증액되는 돈을 공책에 적어가며 실현하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런 수고스러움을 덜어드려 다가가기 쉽게 하고 거기에 재미를 더하고 싶었습니다."
'26주 적금'의 금리는 연 1.80%이고 자동이체시 0.20%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금융권에 연 3~4%대 적금상품을 찾기 어렵지 않다. 이에 비하면 '26주 적금'의 인기를 금리에서 찾을 수는 없다.
김영림·이병수 매니저는 은행 입장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답을 찾았다고 했다. 가입에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중도에 해지하지 않고 끝까지 성공하는 '성취감'에 초점을 둔 것이다.
"적은 돈이지만 저축을 두려워하거나 저축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쉽게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는 적금 상품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매주 납입하는 금액이 부담스럽지 않아야 하고 만기에 성공할 수 있도록 유도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6주, 6개월 이란 적금가입 기간도 같은 맥락이다.
"적금은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어려운 과정을 견뎌야 하는 만큼 만기때 성취감이 큽니다. 고객들에게는 성취감이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최대한 짧게 도전해 만기를 이뤄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자는 의견이 모아져 26주 기간을 정하게 됐습니다."
성취감을 위한 장치는 '적금 기간' 뿐이 아니다. 도전에 성공할때마다 카카오 캐릭터를 제공해 재미를 더했다.
"납부해야 하는 금액을 1000원부터 1만원까지 부담을 최소화시켰습니다. 매주 반복되는 저축 상황을 움직이는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로 보여주고 랜덤 요소를 넣어 즐겁게 저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6주 동안 카카오 프렌즈가 나의 도전을 응원해준다'는 방향으로 잡아 매주 납입에 성공할 때마다 프렌즈 캐릭터들을 자리에 앉혀주는 재미를 줬습니다. 이런 점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26주 적금'에 성공한 가입자들은 여행, 빵투어, 스니커, 레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일상 속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렸다.
"현재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며 생활하는 '욜로족'의 경우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적금과는 거리가 먼 데 이 적금으로 새로운 경험을 했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또 올해 버킷리스트에 '2019년 26주 적금 들기'가 있다는 소비자도 있어 뿌듯했습니다."
자신이 적금에 가입했다고 SNS로 공유할 수 있게 하는 파격(?)도 도입했다.
"'다이어트는 소문내야 성공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도전하는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면 성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SNS상 공유가 일어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했습니다."
기존의 적금에 카카오뱅크만의 색깔을 입힌 '26주 적금'은 지난달 26일 기준 80만좌를 달성했다.
김영림·이병수 매니저는 100만좌를 돌파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신규 상품을 자주 출시하기 보다 고객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 기존 '26주 적금'을 개선할 계획이다.
"신규 상품에 대해 고민은 하고 있지만 근시일내 계획은 없습니다. 테마만 다른 기존의 똑같은 상품을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고객들이 제안한 '니니즈 캐릭터'는 새롭게 추가할 계획이다. 요즘 고민은 캐릭터 선택권이다.
"현재 캐릭터 선택권을 주지 않고 있는데 캐릭터를 바꾸고 싶다는 의견도 있어서 캐릭터 선택권을 어떻게 풀어볼지 고민입니다."
'26주 적금'은 적금 납입 금액이 오전 10시에 자동이체 된다. 적금에 실패하지 않도록 앱 푸시를 하고 있지만 추가로 어떤 방법이 있을지 개선을 고민중이다.
김영림·이병수 매니저가 고객에게 꼭 하고싶은 얘기는 '포기하지 말라'이다.
"26주 적금은 소액을 모으는 저축이라서 이를 통해 부자가 될 수는 없지만 더 좋은 상품을 만들고 큰 행복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6주 적금도 후반부에 가면 힘들 수 있는데 포기하지 마세요. 포기하지 않으면 소확행이 아니라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