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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케이뱅크 지배도 못하는데…증자 참여하나

  • 2019.06.17(월) 17:28

케이뱅크, KT 대체할 새 투자자 유치할지 관심
실패하면, 기존 주주 우리은행 등 3천억 추가 증자
우리은행, 케이뱅크 지배 않고 증자참여 방법 찾아야

케이뱅크의 자본확충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케이뱅크 대주주 격인 KT가 담합 혐의로 자본확충에 나설 수 없는 가운데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가 첫번째 관심사다.

새 투자자 유치에 실패할 경우 기존 주주인 우리은행 등이 3000억원 규모 추가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에 법규를 거스르지 않는 우회로를 확보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각에선 우리은행이 실익도 크지 않는 케이뱅크 투자에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사실상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케이뱅크, 새 투자자 유치할까

올해초 케이뱅크는 59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KT는 이 증자에 참여해 대주주에 올라설 계획이었다. 올 초 정보통신업 주력그룹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10% 넘게 소유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되면서 KT가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KT가 신청한 케이뱅크 주식보유한도 초과보유 승인에 대해 심사절차를 중단했다. KT가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어서다.

KT가 발목이 잡히면서 증자 규모는 14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41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2차 증자’ 계획마저 주주간 의견 조율에 시간이 걸리면서 납입일이 이달 20일에서 27일로 연기됐다.

업계의 관심은 두가지다. 케이뱅크가 412억원 증자에 성공할지,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 여부다.

업계 관계자는 "KT의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주주들에게 케이뱅크가 접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투자 수요가 충분하다는 것은 이번에도 증명됐다"고 전했다.

케이뱅크가 새로운 '전주(錢主)'를 유치한다면 증자는 이번 412억원 증자뿐만 아니라 추가 자본확충까지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반면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들지 못하면 이번 412억원 증자는 간신히 성공하더라도 추가 증자에는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대출상품 판매가 중단되고 있는 케이뱅크 입장에선 412억원 증자는 임시방편일 뿐 추가 대규모 증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 경우 케이뱅크는 기존 주주 중 하나인 우리은행에 기댈 수 밖에 없게 된다.

◇ 우리은행, 케이뱅크 지분 30% 미만 투자?

업계에선 케이뱅크가 412억원 유상증자 이후 3000억원 가량의 추가 증자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000억원 증자를 감당할 수 있는 주주로는 KT와 우리은행, NH투자증권 정도다.

우리은행이 1000억원 규모 증자에 참여하고 나머지 주식을 KT와 NH투자증권이 나눠 갖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우리은행의 케이뱅크 지분은 현재 13.79%에서 29%대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경우 은행이 다른 은행을 소유할 없게 막은 은행법을 피해갈 우회로가 필요하다.

금융지주회사법(19조)을 보면 금융지주의 자회사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다른 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 예외적인 경우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제15조(손자회사의 범위)로 규정하고 있는데 은행은 예외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지주회사 내 자회사 은행이 다른 은행을 지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즉 우리금융 자회사인 우리은행이 케이뱅크를 지배할 수 없는 셈이다.

이 법규를 피하기 위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은행이 다른 은행을 ‘지배하지 않는’ 우회로다. 우리은행이 전략적 투자자(SI)가 아닌 재무적 투자자(FI)로 케이뱅크 지분을 30% 미만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배라는 개념은 최대 출자자가 되는 것인데, 보통주 기준 지분 30% 이상"이라며 "우리은행이 케이뱅크 지분을 30% 미만으로 소유하고 FI 지위를 유지하면 '우리은행이 케이뱅크를 지배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아직 케이뱅크가 당국에 어떤 입장도 전달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컨펌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별개로 금융당국이 출자에 대한 승인도 해줘야 한다. 이 관계자는 "은행이 지분 15%를 출자하게 되면 자회사가 되고, 은행의 자회사는 사전 승인 사항이 아닌 사후 보고만 하면 된다"면서도 "하지만 금융산업구조개선법을 보면 20% 이상 출자시 승인을 받아야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입장에선 재무적 투자자로 1000억원을 케이뱅크에 투자하는 것은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797억원의 순손실을 낸 케이뱅크가 언제 흑자전환할지 불투명한데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투자 회수시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금융당국 입장에선 최근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서 탈락한데 이어 케이뱅크마저 자본확충에 실패할 경우 혁신금융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케이뱅크 자본확충 문제는 고차 방정식으로 풀기 쉽지 않다"며 "첫 인터넷전문은행 선정때 산업자본 위주로 선정되면서 기존 금융사들은 뒤로 물러섰는데 이제와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자금력이 떨어지자 금융사들이 돈을 내는데 동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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