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적격성 문제로 자금줄이 막혀있던 케이뱅크가 KT계열사를 통한 자본확충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논란이 있는 KT 대신 KT의 계열사를 통한 증자방안이 유력하다.
케이뱅크로서는 증자를 더는 미루기 곤란하다. 이대로라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이 10%를 밑도는 것은 시간문제다.
BIS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의 집중관리 대상이 된다. 만약 8% 밑으로 떨어질 경우 배당을 제한하고 자본확충계획을 수립해 보고해야 한다. 신용이 생명인 은행으로서는 피해야 할 상황이다.
◇ 금융당국, 계열사 우회 용인하는 분위기
케이뱅크는 KT의 대주주적격성 문제로 증자를 제대로 하지 못해 소위 '돈맥경화' 현상에 빠져있는 상태다. 신규대출이 중단되면서 수익을 낼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해 적자 규모만 커지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증자뿐이다. 하지만 증자에 참여할 의지를 보이는 유일한 주주인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때문에 적어도 수년간 대주주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케이뱅크의 다른 주주사들은 케이뱅크 인가를 주도한 KT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해왔고, KT로서는 인가 당시에는 없던 규제를 들이댄 당국만 원망하는 상황이 계속돼왔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주문제를 조율하고 있는 금융당국이 계열사를 통한 우회로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케이뱅크에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사한 사례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한국투자증권에 카카오뱅크 지분을 넘기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자 최근 다른 계열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 지분을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은 모두 금융당국과 논의를 거친 결과다.
◇ 케이뱅크 "카뱅 사례 주목하며 여러 대안 논의"
금융당국은 그동안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뒤늦게 터트려 케이뱅크의 성장을 가로막아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케이뱅크는 KT 참여를 전제로 한 5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했지만, KT가 지난 4월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되면서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됐다.
'최근 5년내 공정거래법 위반혐의로 처벌을 받은 경우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는 규제는 케이뱅크가 출범할 당시에는 없던 것이다.
이 규제가 적용되는 한 KT는 앞으로 5년 이상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는 길이 막힌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선례처럼 계열사를 통한 우회증자라는 해법이 등장하면서 케이뱅크 관계자들의 기대가 높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에 대해 "대주주를 통해 증자하는 방안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대주주'는 현재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우리은행이 아니라 대주주가 되려하는 KT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게 금융업계의 해석이다.
우리은행의 케이뱅크 지분율은 13.79%다.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은행은 다른 은행 지분을 1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우리은행의 증자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기존주주 중 케이뱅크의 증자에 나설 의지와 여력을 보유한 곳은 KT 뿐이다. KT의 계열사는 42개에 달한다.
이미 한국투자금융지주에 계열사 우회로를 열어준 상황에서 KT도 계열사를 통한 지분을 확보해 케이뱅크를 지배하는 것은 당국의 승인만 있다면 가능하다.
KT와 케이뱅크 측은 이같은 우회로 활용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케이뱅크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두고 금융당국과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최근 카카오뱅크의 사례를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