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행 상태에 놓인 케이뱅크의 앞날에 먹구름이 짙게 깔렸다. 대주주의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서다.
국회는 5일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을 표결에 붙였으나 재석의원 184명 가운데 찬성 75명, 반대 82명, 기권 27명으로 안건이 부결됐다.
개정안은 지난해 11월말 국회 정무위원회와 전날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생당 의원 중 반대표와 기권표가 나오면서 끝내 무산됐다.
개정안은 대주주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지분한도를 34%까지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정 한도(10%,25%,33%)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려면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문제가 된 게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이다.
최근 5년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있을 경우 지분 초과소유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해놨다. 금융위는 6개월에 한번씩 은행의 대주주가 공정위법 등을 위반한 사항이 있는지를 심사해 해당 대주주가 위반사항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의결권 제한이나 지분매각 명령을 내리도록 돼있다. 정보통신기술(ICT)기업 입장에선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엉뚱하게도 은행을 잃을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소수의 거대기업이 경쟁하는 ICT기업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기존 금융회사에 있던 규제를 그대로 적용해 ICT 기업의 운신폭을 좁혀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대주주 자격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을 빼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이날 본회의 부결로 물거품이 됐다.
20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안을 본회의에서 부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당초 여야는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인터넷전문은행법을 병행처리하기로 했으나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더구나 인터넷전문은행법이 문재인 대통령의 규제혁신 1호 공약이었음을 감안하면 여당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케이뱅크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KT 등이 대주주로 있는 케이뱅크는 자본금 부족으로 모든 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지난해 KT가 5900억원을 투입해 자본확충에 나서려고 했으나 과거 담합혐의에 발목이 잡혀 무산됐다.
케이뱅크는 정상적인 영업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자본확충 없이 영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KT는 차선책으로 계열사를 케이뱅크의 대주주로 세우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옥상옥' 구조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고, 자칫 편법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