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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법死위'에 발목 잡힌 케이뱅크

  • 2019.12.13(금) 13:40

인터넷은행특례법 개정안, 정무위 합의됐지만 법사위서 막혀
개정안 핵심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 다시 이의제기
임시국회 통과 기대난..원점으로 돌아갈 듯

법안을 죽이기 위한 상임위원회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곳이 있다. '법死위'라는 별명을 가진 법제사법위원회다. 법사위는 일반 상임위와 달리 모든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을 다시 심사한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이 기존 법체계에 적합한지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이다.

문제는 상임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여·야와 전문가, 실무진들이 함께 다듬고 합의한 수많은 법안이 법사위에서 본질적인 부분이 바뀌어버리거나, 아예 회기 종료로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치열한 논쟁 끝에 상임위를 통과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도 그 대상이 됐다. 인터넷은행의 대주주 자격과 관련된 이 법안은 지난 수개월간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없어야 한다는 기존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시중은행과는 달리 인터넷은행은 ICT(정보통신기술)업계의 참여가 필요한데, 사실상 공정거래법 위반 경력이 없는 ICT기업을 찾기 힘들다 보니 기존 법체계에서는 산업 자체가 성장할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KT가 1대 주주 역할을 할 것을 상정하고 설립한 케이뱅크는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로 증자를 하지 못해 은행으로서 기능이 정지된 상태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개정안은 치열한 논의 끝에 여러가지 안전장치를 만들고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업계와 당국은 사실상 정무위가 마지막 관문이라고 봤다.

하지만 현재 법안은 폐기 위기다. 법사위가 논의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법사위 소속의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법사위 법안소위에 올라온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의 재검토를 요구하며 법안 통과를 막았다.

같은날 정무위를 거쳐 올라온 청년기본법에 대해서는 "정무위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쳐 올라온 원안인 만큼 체계나 자구 수정이 아니라면 원안 가결이 법안의 취지를 다 반영하는 것"이라며 원안 가결을 강행했다. 자유한국당의 우려가 있었지만 채 의원이 설득했다.

하지만 청년기본법과 똑같이 정무위를 거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달랐다.

채 의원이 이 법안에 대해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던진 질문은 "왜 인터넷전문은행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해도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것인가"다. 개정안 자체를 반대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무위원회가 지난 수개월 동안 논의하고 다듬은 부분이다.

당시 유동수 정무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여러 위원님들께서 정말로 진지한 토의를 하고 그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낸 점에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현재 국회 상황에서 채 의원의 목소리는 여야가 모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지난 4월 공수처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당시 감금논란의 주인공이 채 의원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채 의원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는 분위기라 한다.

채 의원의 반대로 법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상황이다. 법사위는 현재 아예 열리지도 않고 있다. 지난 9일 개최 예정이던 법사위는 민생법안 처리와 야당의 필리버스터 시도 등으로 국회가 어수선한 과정에서 불발된 뒤 다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법사위가 다시 열린다해도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는게 업계 분석이다. 개정안에 대해 근본적인 이의가 제기된 상황에서 통과가 되겠느냐는 것이다. 정무위의 '합의'는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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