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손해율 개선책으로 기대를 모았던 보건복지부의 '비급여 표준화' 작업이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이후 꾸준히 비급여 공개 항목과 대상기관을 늘리고 있지만 '가격 공개'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낮기 때문이다. 실상 올해의 경우 작년에 비해 비급여 진료비가 상승한 항목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따르면 올해 진료비가 공개된 비급여 항목은 총 340개로 의료기관 3825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중 지난해와 올해 공통항목인 143개 항목을 비교한 결과 최고금액을 기록한 비급여 항목 중 올해 진료비가 상승한 것이 71개로 49.6%를 차지했다. 최고금액을 기록한 항목중 금액 공개로 진료비를 인하한 것은 37개(25.9%) 항목에 그쳤다.
최저금액에 해당하는 경우 인하항목이 44개(30.8%)로 더 많았지만 금액이 낮은 항목이기 때문에 영향도가 크지 않고, 이중 인상한 항목도 20개(14.0%)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도수치료 진료비의 경우 상급병원이나 종합병원의 최고금액이 작년대비 25%가량 낮아졌다. 하지만 병원급의 경우 3000원에서 50만원까지 여전히 차이가 크게 발생하고 있으며, 요양병원의 경우 최고금액이 40만원으로 전년대비 33.3% 오르는 등 오히려 표준화 취지와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손해율을 높이는 주범으로 꼽히는 조절성 인공수정체(백내장 수술시 시력교정을 하는 것) 진료비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해 병원급까지 최저금액과 최고금액 차이가 각각 4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비 공개에도 불구하고 기대와 달리 비급여 진료비가 오르는 상황인 것이다.
보험업계는 기대에 못미치는 정책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불만이다.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시행하며 민영보험사의 실손보험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고 올해 보험료 인하를 단행한데다, 풍선효과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급격히 오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제는 복지부와 심평원에서 아직까지 정확한 비급여 현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가 급여화를 발표한 등재비급여, 기준비급여 이외에 선택비급여가 존재하는데 비급여의 경우 의료계에서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비급여에 대한 전체적인 현황파악이 어렵다"라고 전했다.
또 "비급여 표준화 역시 초반에 필요성이 높은 항목과 이슈화된 항목들에 집중하다보니 전체 비급여 항목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앞으로 어느 범위까지 표준화 하고 공개할지에 대한 로드맵을 세우기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비급여 표준화 문제점에 대해 복지부 역시 공감하고 비급여의 표준가격을 매기는 등 실질적인 표준화 작업을 위한 검토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어서 내년께는 어느정도 비급여 표준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금액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의료기관을 선택하거나 비급여가격을 낮추는 효과 등 사실상 비급여를 관리하는데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별 금액이 불합리한 수준으로 차이가 나는 경우 개선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비급여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체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연구용역을 현재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금액이 공개되는 비급여 항목들의 경우에도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 항목당 세분화를 통해 실효성을 높여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연구용역 결과는 내년초쯤 결과가 나올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급여 전체 현황을 파악하는 것과 더불어 비급여 관리를 위해서는 세부적인 내용이 필요하다"며 "급여와 비급여가 같이 행해지는 진료에 한해 의료기관으로부터 모든 내역을 받아 비급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현황을 파악하고 세분화할 수 있도록 내년에 비급여 관리 틀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구체적인 연구용역 결과가 나와봐야겠지만 내년 상반기 비급여 관리체계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단계적 진행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상 내년부터 본격적인 비급여 표준화를 위한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130%를 넘어서는 가운데 계속해서 손해율이 높아지는 추세여서 우려가 크다"며 "보험상품 개선만으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당국과 의료계 등과의 공조가 반드시 필요하며, 제대로 표준화 작업이 이뤄질 경우 실손보험 손해율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