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 검색

[보험정책+]車보험처럼 할인·할증되는 실손보험 나온다

  • 2020.10.29(목) 09:48

비급여 의료 이용 많으면 갱신보험료 최대 4배 증가
기존가입자는 적용안해…'비급여 관리' 못하면 도루묵

올해 청구한 보험금 규모에 따라 이듬해 보험료가 3배에서 최대 4배까지 오르는 이른바 '4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도입됩니다. 3466만명(개인보험)이 가입해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실손보험 유지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 입니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27일 '실손보험 제도개선 공청회'를 개최하고 새롭게 바뀌는 실손보험 개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 보험금 많이 타간 사람이 보험료 더 내

개선안을 살펴보면 기존에 없었던 할인·할증 방식의 보험료 차등제 도입이 가장 눈에 띕니다. 어려워 보이지만 자동차보험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사고를 많이 낸 경우 이듬해 자동차보험료가 오르는 것처럼 실손보험도 보험금을 많이 타간 사람의 보험료가 더 올라가는 식입니다. 자동차보험에서 무사고 할인을 받을 수 있듯 실손보험도 청구건이 없는 소비자들은 다음해 보험료 할인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자동차보험과 달리 실손보험은 질병을 보장하는 보험이라는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긴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선안이 나온 것은 그동안 일부에서 불필요한 의료 쇼핑 등으로 실손보험을 오용해 보험금 누수가 심해졌기 때문입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 손해 규모만 5조6000억원, 연평균으로 따지면 연간 1조8000억원의 손실을 기록중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병원방문을 자제해 실손보험금 지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과 달리 올해 상반기에만 1조40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을 알 수 있는 손해율은 지난해 111.6%였습니다. 100원을 받아 111원을 지급했다는 얘깁니다. 여기에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유치하고 유지하는데 사용하는 비용인 사업비를 빼면 손해율(위험손해율)은 133.9%에 달합니다. 지난해 뿐 아니라 매년 손해율이 100%를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같은 사태가 지속될 경우 실손보험 자체를 유지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죠. 가입자가 워낙 많은 만큼 정부에서도 실손보험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다양한 개선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만 아직까지 별다른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2017년 신실손보험(착한실손)을 내놨지만 이 상품 역시 지난해부터 손해율이 100%를 넘어섰습니다.

◇ 비급여 청구 많은 가입자 0.4% 보험료 4배 올라 

다시 돌아가서 할인할증 구간을 나누는 것은 9단계와 5단계 두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 자료 : 보험연구원

9단계는 적용단계를 세분화해 할증이 적용되는 사람들이 많은 대신 할증률은 조금 낮고, 5단계는 할증구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소수인 대신 할증률이 더 커집니다. 연간 실손보험금을 청구한 사람은 가입자의 28.5% 수준인데 9단계가 적용될 경우 보험료가 할증되는 비중은 전체 가입자의 17.1%, 5단계의 경우 2%만 해당됩니다.

적용방식은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인데 단계를 여럿으로 나눌수록 적용이 복잡해지고 소비자들도 이해가 어렵기 때문에 초기에는 단계가 적은 5단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연간 실손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가입자의 71.5%는 다음해 보험료 할인을 받게 됩니다. 보험료 할인율은 5% 수준이 될 예정입니다. 단 매년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보험료가 인상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할인율은 5%보다 조금 낮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 가입자의 2%에만 보험료 할증이 적용되는 5단계가 도입될 경우 보험금 청구가 과도한 상위 0.4% 가량의 가입자는 다음해 보험료가 4배까지 오를 수 있습니다. 올해 1만원의 보험료를 냈다면 내년 보험료가 4만원까지 올라간다는 얘깁니다. 단 보험금을 청구한 사람 가운데 93%는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고 7% 가량만 인상이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보험료 할증이 적용되는 것은 비급여진료비에 한해서만 입니다.

* 급여와 비급여는 건강보험 적용 여부로 갈립니다. 진료비 영수증을 보면 급여와 비급여로 나뉘는데 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건강보험공단에서 병원비를 일부 지원합니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본인이 100% 지불해야하는 병원비입니다. 실손보험은 실제손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이라서 '급여의 본인부담+비급여'를 보장합니다.

개선안은 기존에 급여와 비급여를 합쳐서 포괄적으로 보장했던 것과 달리 급여를 주계약으로 비급여를 특약으로 완전히 분리하는 상품구조 개선도 추진합니다.

급여는 필수의료, 비급여는 비필수·선택의료로 구분되는데 급여에 해당하는 진료비는 금액에 상관없이 아무리 많이 청구해도 보험료 할인할증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비급여 진료비가 높은 치료를 많이 받고 이를 청구했을때 보험료가 할증될 수 있습니다.

이는 급여가 건강보험에서 관리되는 것과 달리 비급여는 표준화가 되지 않아 관리가 어렵고 비급여진료비가 병원별로 크게는 3~4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비급여를 표준화 하는 방안은 오래 전부터 보건복지부 등에서 추진하고 있지만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책?…비급여 표준화 '말뿐')

실손보험의 문제점 개선과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는 의료계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비급여에 반드시 불필요하거나 선택적인 진료만 있는 것이 아니라 MRI 등 반드시 필요한 진료도 포함돼 있고 어쩔 수 없이 비급여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도 있기 때문에 할인할증 적용을 제외하는 대상자 선정 논의는 더 신중히 진행할 계획입니다. 4대 중증질환자, 건강보험 산정특례 대상, 장기요양등급 대상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의료 접근성을 제한하지 않도록 의견수렴을 통해 적용제외 대상자를 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 비급여 자기부담금 비율 30%로 증가  

이외에도 새로운 실손보험은 보장구조와 보장한도도 변경됩니다. 입원과 통원을 나눠 보장 금액과 한도를 정했던 것에서 입원과 통원을 합해 동일 질병과 동일 상해건에 대해 연간 5000만원까지 보장합니다. 통원은 회당 최대 30만원까지 보장하던 것에서 보장금액을 20만원으로 낮추고 비급여의 경우 통원횟수에 제한을 두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자기부담금도 높아집니다. 기존에 급여의 자기부담률을 10%와 20%로 선택할 수 있게한 것에서 20%로 통합하고, 비급여의 자기부담률은 기존 20%에서 30%로 10%포인트 올렸습니다.

* 자료 : 보험연구원

통원에 적용되는 최소공제금액도 높아집니다. 병원에서 의료비가 3만원이 나와다면 이전까지는 의원, 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병원급별로 각각 1만원, 1만5000원, 2만원을 제외하고 보험금이 지급됐는데 앞으로는 급여는 1만원, 비급여는 3만원을 제외하고 보험금이 지급됩니다.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최소 진료비 기준이 이전보다 높아지는 셈입니다.

자기부담금이 높아지는만큼 보험료는 기존 착한실손 대비 10% 가량 줄어들 전망입니다. 그 이전에 판매된 표준화실손(전체 가입자의 55.5%)과 비교하면 보험료는 40% 가량 저렴할 방침입니다.

의료 환경 변화 등을 반영해 보장구조를 변경하는 주기도 기존 착한실손이 15년이었던 반면 5년으로 단축됩니다.

보험, 실손보험
* 자료 : 보험연구원

◇ 기존가입자는 적용안돼…개선효과 미지수 

그러나 이러한 개선안은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내년 출시될 4세대 실손보험에 새롭게 가입하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사항입니다.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가 이미 3400만명을 훌쩍 넘어선만큼 새로운 실손보험 가입자가 얼마나 될지, 또 전체적인 실손보험 손해율을 낮추는데 어느정도 영향을 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2017년 새롭게 도입한 신실손보험은 현재 전체 가입자의 17.6%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표준화실손과 그 이전에 판매된 표준화이전 실손보험 가입자가 여전히 80%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개선안 발표자로 나선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실손보험 손해율 등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착한실손이 도입후 3년만에 비중이 18% 가량으로 늘었지만 새로운 실손보험이 얼마나 팔리고 기존 계약이 얼마나 전환될지, 또 새로운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기존가입자에 적용되지 않을 경우 실손보험 문제해결은 어렵다는 얘깁니다. 현재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전문가들이 모여 기존 가입자에 대한 적용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까지 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장이 크게 줄어들고 자기부담금 등 부담은 늘어나는 만큼 기존 계약을 새로운 실손보험으로 전환하는 유인책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 업계 한 전문가는 "보험계약을 전환하는 뾰족한 방법이 있는것도 아니고 이를 강제하기도 어렵다"며 "현재는 계약전환 방법을 쉽게 바꾸는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근본적인 해결책은 기존 보험가입자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비급여 관리방안을 찾는 것입니다. 최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 역시 이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영수증이나  증빙서류를 별도로 떼지 않고 가입자의 동의를 받아 진료 후 병원에서 바로 실손보험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보험업계를 비롯해 금융당국, 정치권에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의료계의 반발로 10년 넘게 무산돼 왔지만 최근 정치권의 적극적인 참여로 관련 법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간편하게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고 보험사는 간소화로 청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줄이는 한편 비급여 데이터를 통해 손해사정 및 심사 역량을 확대해 장기적으로 손해율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 연구위원은 "실손보험 손해율 관리는 곧 비급여 관리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며 "상품개정은 입구 단계이며, 출구 단계는 보험금 즉 비급여 관리로 이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상품개편으로 제도 지속성을 강화해도 효과는 낮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꼭 필요한 경제정보만 모았습니다[비즈니스워치 네이버 포스트 구독하기]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많이 본 뉴스 최근 2주 한달

산업·부동산 경제·증권 디지털·생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