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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②법정서 갈릴 내 보험금·보험료

  • 2022.03.28(월) 06:40

임의비급여 두고 '채권자대위권' 쟁점된 이유
보험사 vs 병원 승패 따라 소비자도 영향 커

법정 다툼이 끝난 뒤, 보험사들이 임의 비급여에 지급된 보험금을 병원으로부터 환수하게 된다면, 혹은 그렇지 못하게 된다면 보험 가입자(환자)들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건 아닐까요? 아니면 원하는 시술을 받기 어려워지는 건 아닐까요? 설마 그렇지 않아도 높아져가는 보험료가 더 올라갈 수도 있는 걸까요? 이번 '임의 비급여 소송'이 보험 소비자들에게 미칠 파장, 이제부터가 진짜입니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①'임의 비급여'가 낳은 법정 공방(3월25일)에서 계속

'채권자대위권'이란?

보험사가 병원을 상대로 낸 이 소송은 부당이득반환을 위한 '채권자대위소송'입니다. 채권자(보험사)가 의료기관(의사)을 상대로 채무자(보험가입자·환자) 대신 채권(보험금) 회수를 할 수 있는지 다투는 거란 얘기죠.

다시 말해 의사는 환자에게 임의 비급여 진료를 한 것이고, 그 비용을 환자를 통해 보험사의 실손보험금으로 받았다고 보는 겁니다. 물론 시차는 있습니다. 환자는 먼저 진료비를 지불한 뒤 그 대부분을 실손보험금으로 돌려받으니까요. 그런데 임의 비급여는 실손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죠. 그러니 보험사는 환자를 대신해 병원에 보험금을 환수하겠다고 법정에서 주장하는 겁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일반적으로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려면 채무자의 무자력 요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또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자가 이를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하고요. 쉽게 설명하면 환자(채무자)의 재산이 충분하지 않아 변제능력이 없음(무자력)을 보험사(채권자대위권 행사)가 증명해낸 뒤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환자들의 무자력을 증명하지 않고도 의료기관에 직접 진료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병원으로부터 받지 못하면 보험사는 환자에게 직접 보험금을 환수받고, 또 환자가 다시 의사를 상대로 진료비 반환을 청구해야 하죠. 병원을 상대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소송이 예상되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대폭 증가하게 된다는 게 논리입니다.

반대로 의료기관은 진료비 반환 여부는 전적으로 환자와 의사 사이의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무자력이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사가 환자와 의사 사이에 끼어드는 건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죠.

현재 대법원에 올라오기까지 하급심에서는 각각 판단이 엇갈렸다고 합니다. 1심에서는 보험사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보험사 승소 판결을 내렸는데요. 2심에서는 보험사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병원 측의 손을 들었죠.

임의 비급여 반환…법 논리는?

최근 대법원에서 진행한 공개변론에서는 팽팽한 의견대립이 있었다고 합니다. 먼저 여하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채권자대위권이 뿌리를 두고 있는 프랑스 민법에서도 무자력 요건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보험사 편에 선 변론이죠.

지난 2001년 대법원은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준으로 △밀접성 △유효·적절성 △부당간섭 세 가지를 제시한 바 있는데요. 보험사가 의사에게 돌려받으려는 돈이 앞서 환자에게 지급한 실손보험금과 사실상 같고요.(밀접성) 환자가 의사에게 의료비 반환을 요청해도 제대로 환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험사가 대신하는 게 낫다는 겁니다.(유효·적절성) 마지막으로 보험사가 병원에게 보험금 반환을 요구 하는 게 환자의 자유로운 자산관리를 간섭하지 않는다는 거죠.(부당간섭)

반면 박수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의사를 상대로 진료비 반환을 청구하려면 무자력을 요건을 원칙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게 통상적으로 해석되는 법리거든요. 또 보험사가 의사에게 보험금(부당이득반환채권)을 달라고 환자 대신 요청하는 건 착오로 지급한 돈을 쉽게 환수하려는 목적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환자의 권리보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거죠. 의료계를 대변하고 있죠.

소송의 이유가 된 2019년 8월 이전 맘모톰 시술에 대해서도 논쟁이 오갔습니다. 보험사 측은 "위법한 맘모톰 시술비용은 실손보험의 보장대상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주로 펼쳤습니다. 또 "실손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서라도 환자의 무자력 요건 입증 없이 보험사의 대위 소송이 허용돼야 한다"고 했죠.

반대로 의료계 쪽은 "맘모톰 시술은 지난 2019년 신의료기술로 인정돼 현재 실손보험 대상(법정 비급여)이 되고 있다"며 "앞서 신의료기술 신청이 반려된 이유는 자료의 미비로 인한 것이지 안전성이나 유효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늦게라도 유효성을 인정받아 법정 비급여가 됐으니 실손보험 보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보험사가 이기면? 병원이 이기면?

결론은 아직 모릅니다. 다음 재판 날짜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죠. 다만 대법원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보험사와 병원, 특히 보험·의료 소비자에까지 작지 않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법원이 보험사 손을 들어준다면 어떨까요? 보험사는 우선 과거 임의 비급여로 보험사가 잘못 지급한 보험금을 모조리 돌려받을 근거가 생깁니다. 보험업계는 "이렇게 되면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임의 비급여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보험사에 임의 비급여 상당액을 반환해야 하는 리스크를 스스로 줄이려 노력할 거란 얘깁니다. 그러면 불필요한 과잉진료도 줄어들게 될 거라고 보험업계는 예상합니다.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신기술을 접목한 의료 시술을 시도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도 이걸 받기 어렵죠. 건강보험으로도, 실손보험으로도 보장을 못 받는 큰 비용의 진료행위를 감당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비싼 시술비를 감당할 수 있는 환자만 더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될 수도 있는 거죠.

병원이 이긴다면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겁니다. 의사들은 위축되지 않고 의료행위를 할 겁니다. 그게 환자의 치료 자체를 위해서든, 보험업계 지적처럼 금전적인 목적에서든 말이죠. 지금처럼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타내는 데도 별 변화는 없을 겁니다. 임의 비급여에 대한 다툼은 계속 이어질 수 있겠지만요. 

다만 임의 비급여로 나가는 실손보험금에 따른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은 더 악화할 것이라는 게 보험업계 얘깁니다. 일단 지출해야 하는 보험금이 줄지는 않을 테고, 이를 줄이려 보험금 지급심사를 더 강화한다고 해도 그 역시 비용 증가 요인이 돼서죠. 이래서 실손보험이 더 부실해지면 3500만명이나 가입한 실손 보험료가 인상되는 구실이 될 수 있죠.

이러니 보험 소비자 입장에서는 누구 손을 들기도 애매합니다. 보험금을 쉽게 타는 게 좋을까요? 보험료가 더 오르지 않는 게 나을까요? 의료 소비자 입장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죠. 검증되지 않는 시술이라도 쉽게 받을 수 있는 게 좋을지요? 정확히 보장된 진료항목이 아니라면 큰 비용을 감당하더라도 충분한 설명을 받을 수 있는 게 나을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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