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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지급한 보험금…대법 "보험사, 의사에 반환 요구 못해"

  • 2022.08.25(목) 17:39

실손보험금 반환 소송, 대법원서 보험사 패소
대법 "피보전채권-대위권리 밀접 관련성 인정 안돼"

의사가 환자에게 실손의료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닌 시술을 해도, 보험사는 의사에게 직접 보험금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이 환자가 의사에게 낸 진료비라고 곧바로 연관 짓기 어렵다는 게 주된 근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5일 A보험사가 '트리암시놀른(피부 염증 치료 약물)' 주사 치료를 한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실손보험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보험사가 일부 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소를 각하하는 파기자판을 내렸다. 파기자판은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파기한 뒤 사건을 환송하거나 이송하지 않고 직접 재판하는 것을 뜻한다. 

앞서 의사 B씨는 환자들에게 비염 개선을 위해 트리암시놀른 주사를 치료해주고 진료비를 받았다. 치료받은 환자들은 진료내역서를 A보험사에 제출한 뒤 실손보험금을 받았다.

문제는 트리암시놀른 주사 치료가 신의료기술로 평가받지 못한 진료 행위로, 국민건강보험법 등 관련 법령에 위반되는 임의 비급여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임의 비급여는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약관상 보장하지 않는 면책사항이라서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A보험사는 "의사가 직접 보험금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는 자신들이 환자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채권자 대위권'이 성립한다는 주장을 폈다.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②법정서 갈릴 내 보험금·보험료(3월28일)

앞서 1심은 A보험사의 손을 들어주며 의사 B씨가 약 3800만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도 A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다만 반환해야 할 돈을 약 2700만원으로 줄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보전채권과 대위권리 사이에 밀접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피보험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 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피보험자들의 무자력이라는 주장·증명도 없다"고 했다. 

쉽게 말하면, 보험사가 의사에게서 보험금을 돌려받는 것과 환자가 의사에게 진료비를 돌려받는 건 엄연히 다른 행위라는것이다. 보험사가 잘못 지급한 임의 비급여 보험금(피보전채권)을 환자(피보험자)가 의사에게 준 진료비(대위권리)라고 밀접하게 연관지을 수 없다는 취지다.

보험사가 의사에게 바로 보험금 반환을 요구하는 게 환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를 간섭할 소지도 있다고 봤다. 의사의 위법한 치료로 인해 환자가 진료비를 돌려받을 권리를 갖더라도 실제 그 권리를 행사할지는 환자의 의사에 달렸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보험사가 채권자 대위권을 주장하려면 환자의 재산이 충분하지 않아 변제능력이 없음(무자력)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채권자 대위권의 존재 의의와 그 행사 범위를 분명히 밝힌 판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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