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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스토리]③임의 비급여 실손보험금 논란, 그 끝은?

  • 2022.09.21(수) 06:11

채권자대위권 행사 대법서 보험사 최종 패소
임의비급여 진료·실손보험금 지급 계속될 듯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소비자에게 실손의료보험금 반환청구 소송을 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최근 만난 대형 손해보험사 관계자의 말 입니다. 손보사들과 병원간 임의 비급여 채권자대위권 소송에서 대법원이 결국 병원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입니다. 임의 비급여인 트리암시놀른(피부 염증 치료 약물) 주사와 과거 임의 비급여 시술이었던 맘모톰(유방종양절제술)에 실손보험금을 지급한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등이 이번 대법 판결의 당사자였죠.

임의 비급여, 채권자대위권 등 말이 너무 어렵죠? 보험사가 잘 모르고 또는 실수로 지급한 임의 비급여 실손보험금에 대해 환자를 대신해 보험사가 병원으로부터 돈을 받아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하면 쉬울까요.

헷갈리지 않게 중요한 용어 정리부터 하겠습니다. 우선 임의 비급여는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따라 법제화가 되지 않은 비승인 진료행위를 의미합니다. 현행법상 원칙적으론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고 실손보험으로도 보장받을 수 없죠. 자세한 내용은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①'임의 비급여'가 낳은 법정 공방(3월 25일)에서 찾아보실 수 있고요.

남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권한인 채권자대위권과 관련된 보험사와 병원 간 법 논리는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②법정서 갈릴 내 보험금·보험료(3월 28일) 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이 건의 경우엔 채권자(보험사)가 병원을 상대로 잘못 준 채권(실손보험금)을 채무자(환자) 대신 회수할 수 있는지 다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보험사가 최종 패소한 이유?

보험사들이 이번 소송에서 진 가장 큰 이유는 채무자의 '무자력' 요건이 증명되지 않아서입니다. 풀어 말하면 이렇습니다. 채무자(환자)의 재산이 충분하지 않아 변제능력이 없음(무자력)을 보험사가 증명해낸 뒤에야 병원에 직접 돈을 요구하는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가능한데 이 부분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거예요.

환자가 변제능력이 있다면 보험사가 환자와의 소송으로 잘못 지급된 실손보험금을 돌려받으면 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인 겁니다. 무자력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사 채권자대위권이 인정돼 직접 병원에 실손보험금을 반환을 요구할 수 있게 허락해주는 건 아무 관계없는 제3자에게 직접 돈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주게된다는 거죠.

지금은 보험사와 병원으로만 제한돼 있지만 앞으로 이를 더 넓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주게 되는 것도 법원으로서는 부담이었을 거구요.

법정에서 보험사들은 환자의 무자력을 증명하지도, 주장하지도 않았다고 해요. 대법원에서 "무자력도 아닌 환자에게 왜 임의 비급여 실손보험금을 돌려 달라고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고 하는데요.

보험사 측에서 "환자에게 소송을 제기하면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기 때문"이라는 다소 황당한 대답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환자와의 잦은 소송 이후 금감원으로부터 돌아올 '눈총'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 것이겠지만,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안 하느니만 못한 변명"이라고 꼬집네요.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는 점도 보험사들이 패소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병원에서 받은 진료가 검증되지 않은 임의 비급여 진료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원해서 진료를 받았다면 병원에 진료비를 반환해 달라고 할 개연성이 낮아집니다. 진료를 받고 만족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 환자가 임의 비급여 진료에 불만을 갖고 진료비를 돌려받을 권리를 갖더라도 실제 그 권리를 행사할지는 환자의 의지에 달렸다는 거예요.

대책마련 분주하지만…

결국 모든 건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병원에서 임의 비급여 진료는 계속되고 있을 거고요. 보험사들은 구별하지 못한 채 울며 겨자먹기로 임의 비급여에도 실손보험금을 지급하고 있을 겁니다. 이렇게 쌓인 실손보험금 적자는 결국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전가될 거고요.

대법원 판결 이후 보험업계가 모여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수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는 실손보험금을 받아 간 환자들을 설득하거나 소송을 걸어 보험금을 돌려받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죠.

하지만 "환자를 대상으로 실제 소송에 나설 보험사가 몇이나 되겠냐"는 토로도 동시에 나옵니다. 수백, 수천명을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면 그에 따른 거액의 소송비도 감당해야 하고요. 소송을 진행하는 사이 환자들이 금감원에 민원을 넣으면 실손보험금을 안주는 보험사로 낙인 찍힐 위험도 존재하고 말이죠. 

각사별로는 양수금 청구 소송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도 내비치고 있습니다. 앞으론 실손보험금을 받아간 고객들에게 일일이 동의를 얻어 채무를 양도 받은 뒤 병원을 상대로 양수금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죠.

앞서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대형사의 임의 비급여 소송가액만 총 9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죠. 이 돈을 포기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따져봐야 겠지만 병원에서 검증되지 않은 임의 비급여 진료를 하고 환자에게 돈을 받는 게 진료계약상 유효한지 법리적 검토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해선 대법원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해요.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서 진 데다, 실손보험이 제2건강보험 역할을 하고 있어 금융당국과 협의하에 진행해야 하는 사안들이 많다"면서 "현재로선 보험금 지급 심사를 최대한 신중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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