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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해운운임지수 하락, 수출기업 웃을까?

  • 2022.09.23(금) 15:30

경기 둔화에 운임지수 14주 연속 하락
장기계약 높아 지수 하락에 영향 적어
달러로 결제, 환율 급등도 운송비 부담

최근 해운운임지수가 14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의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우려되면서죠. 글로벌 물류 대란을 겪으며 운임료가 치솟았던 작년과는 상반된 분위기입니다. 

해운운임지수가 하락하자 수출 기업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보도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운임료가 하락했으니 뱃값을 지불하는 기업들의 부담이 감소할 것이란 이유에서죠. 하지만 수출 기업의 얘기를 들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어떠한 이유 때문일까요. 

해운운임지수, 14주 내리막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지난 16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대비 9.7% 하락한 2312.65포인트로 14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SCFI는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해 지수화한 것으로 글로벌 해운 시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가늠자 역할을 합니다. 

SCFI는 올 초부터 꾸준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SCFI 지수 산출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1월 초(5109.6 포인트)와 견줬을 땐 54.7% 급감했고요. 계속된 지수 하락에 작년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지수가 지난해 연중 최저치(2570.68 포인트)보다도 낮습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물동량이 전년 대비 줄어들면서 운임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본다"며 "지난해 (지수가) 급격히 올랐기 때문에 업계 내부에선 조정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운임료 하락, 수출 기업 부담 감소?

'수출 기업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라는 보도가 나오는 배경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운임료가 하락했으니 수출 기업의 운송 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얘기죠. 

하지만 수출 기업과 해운사가 맺는 운임 계약 과정을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수출 기업과 해운사는 장기 운임 계약을 맺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계약은 주로 3~5월 중 이뤄지며 계약 기간은 짧게 1년, 길게는 3년 단위로 이뤄집니다. 다만 1년짜리 계약이 대부분이라고 하네요.

/사진=HMM 제공.

계약을 맺었으니 운임료를 책정해야겠지요. 운임료는 계약 맺는 시점의 전년 평균 운임료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즉 지금의 해운운임지수가 아니라 작년 지수를 올해 기준으로 한다는 얘기죠.

그렇다면 작년 지수는 얼마나 될까요. 지난해 SCFI의 평균 운임 지수는 3791.77포인트입니다. 지난해 1~12월 SCFI 지수를 모두 합한 뒤, 52(1년 52주)로 나눈 값입니다. 현재 운임지수와 비교했을 때 63.7% 높은 수준입니다. 

수출 기업 관계자는 "운임 지수가 하락했다고 해서 기업이 지불하는 운임료가 당장 감소하는 구조는 아니다"며 "계약 기간에 따라 짧게는 3달, 길게는 1년까지 시차가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장기 계약만 체결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은 비정기 단기 운송 계약을 체결하기도 합니다. 이를 스팟(Spot) 계약이라고 합니다. 스팟 계약의 운임료는 현재 SCFI 지수가 기준이 됩니다. 

단기 계약을 통해서만 기업들이 수출을 한다면 운송비 부담이 감소할 수 있겠죠.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장기 계약 비중이 훨씬 높다고 합니다. 현재 운임지수가 크게 하락했어도 주요 해운업체인 HMM의 올해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더 증가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각 기업마다 장·단기 계약 비중이 다를 순 있으나 통상 장기 계약 70%, 단기계약 30% 정도라고 보면 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배에 상품을 실어나르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죠. 

수출 기업 관계자는 "단기 계약을 통해 상품을 실어나르긴 하지만 장기 계약이 대부분"이라며 "기업들은 상품을 제때 실어나르는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장기 계약을 맺는다"고 말했습니다. 

고환율도 부담

22일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1400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하나은행 외환딜링룸./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최근 운임 지수가 하락했어도 수출 기업이 웃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급등하고 있는 달러 때문입니다.

해운 운임료의 결제 수단은 대부분 달러를 통해 이뤄지는데요. 달러의 가치가 높아질수록(원화 약세) 운임료가 비싸지게 됩니다. 환율이 오를 수록 기업들의 운송 비용 부담이 더 커지게 되는 것이죠.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해운 운임료는 달러, 기타 비용은 자국 통화로 이뤄진다"며 "여기서 말하는 기타 비용이란 계약서 작성 등 부가적인 비용이기 때문에 (운임료의)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환율이 급격히 상승 중이란 소식은 많이 접하셨을 겁니다. 미국의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시중에 달러 유통량이 감소하면서 가치가 상승한 결과입니다. 지난 22일 원·달러 환율은 1409.7원에 마감하면서 13년6개월 만에 1400원을 넘어서기도 했고요.

환율 상승에 따른 운임 가격 변화를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현재 상하이에서 미국 동부로 컨테이너 1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를 운송하기 위해선 스팟 계약 기준 7176달러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는 한화 약 1011만원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현재 운임료를 작년 2분기 말 환율에 적용하면 얼마일까요. 지난해 6월30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292.9원입니다. 만약 3개월 전이라면 927만원을 지불하면 됩니다. 불과 3개월 사이 치솟은 환율에 운임료가 9.1% 더 비싸진 것입니다.

문제는 환율 상승 기조가 앞으로 계속될 수 있단 점입니다.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죠.

만약 환율이 계속 오른다면 우리나라 수출 기업의 운임료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운임 지수 하락에 수출 기업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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