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임시본부가 위치한 삼성본관빌딩. 오전 8시50분부터 통화정책·금융시장·조사국·외자운용 등 주요 국장들과 부총재보들이 이 건물 17층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에 착석하기 시작했다. 올해 첫 금통위가 열리기 10분 전이다. 9시를 전후해 금통위원들이 들어왔고 맨 마지막으로 이주열 한은 총재가 입장했다.
이 총재가 카메라 기자들을 위해 의사봉을 몇 번 두드리기까지 금통위실 안은 밭은기침 소리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적막했다. 금통위는 한은의 최고 정책결정기구다. 국내 모든 금리의 잣대역할을 하는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금통위 회의실 내부를 보면 금통위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총재를 중심으로 좌우로 금통위원 6명이 마주보고, 그 주위를 부총재보와 국장이 둘러싸고 있다. 발언 하나하나는 속기사에 의해 기록으로 남는다. 녹음은 하지만 녹화는 하지 않는다. 창문은 암막커튼으로 가려져있다. 그들만의 장소에서 그들만의 언어로 돈줄을 죌지 풀지를 결정한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10월 금리인하 이후 석달째 연 1.25%에 기준금리를 못박아뒀다. 경기부진과 0%대로 낮아진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금리를 낮춰야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당장 기준금리에 손대야 할 정도로 한국 경제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동결 결정은 회의시작 50분만에 이뤄졌다. 금통위원들간 치열한 격론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금융시장의 관심은 내달 27일 예정된 금통위 정기회의에 관심이 모아진다.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소수론에 힘이 실릴 경우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인 연 1.00%로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회의에서도 조동성·신인석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대통령까지 나서 과잉유동성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금통위가 금리인하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 역시 만만치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른 건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워낙 과잉상태고 저금리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의 대책이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금통위원들이 이 발언의 무게를 얼마나 무겁게 여기는지에 따라 기준금리의 향방도 정해질 전망이다.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서 "주택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다"며 집값에 대한 경계수준을 높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은 0.6% 올랐고 서울은 0.9% 상승했다. 지방 주택가격도 상승반전했다.
이 총재는 "완화적 금융여건은 가계의 비용을 낮춰 주택수요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저금리 등 완화적 금융여건이 주택가격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