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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깜짝' 금리인하…한국도 깜빡이 켰다

  • 2020.03.04(수) 18:18

미국, 0.5%P 인하 전격 발표
한은 총재 "한-미 기준금리 같은 수준 감안할 필요"
은행 여수신금리 하락 압력 커져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깜짝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목할 점은 이례적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거치지 않고 성명을 통해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0.5%포인트 인하하는 등 인하폭도 키웠다는 점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전 세계 시장금리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국내 시장금리도 하향곡선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4월 있을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관측된다.

◇ 미국 깜짝 금리인하에 '깜빡이' 켠 한국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기존 1.50~1.75%에서 1.0~1.25%로 인하한다는 성명을 냈다.

애초 금융시장에서는 지난달 28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그널을 보냄에 따라 오는 17~18일로 예정됐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연준은 '성명' 방식을 통해 기습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금리방향을 결정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금리인하 폭 역시 컸다. 그간 연준은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이하 수준에서 금리 결정)을 밟아오며 금리를 인하했지만, 이번에는 보폭을 0.5%포인트로 확대한 것이다.

이처럼 연준이 기습적인 금리인하에 나서자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상황점검을 위한 긴급 간부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 이주열 총재는 "앞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가 국내 기준금리와 같은 수준이 됐다는 정책여건의 변화를 적절히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의 전개 양상과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시장 안정화 노력을 적극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주열 총재의 이같은 메시지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그널'을 보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금통위는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통한 5조원 지원책을 내놓으며 기준금리 인하 카드는 쓰지 않았다. 코로나19가 보건과 안전 위험에 기인한 만큼 통화정책보다는 미시적인 정책수단을 활용하다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반면 이날 이 총재가 "지난주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상황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 점은 코로나19를 보는 이주열 총재의 시각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다음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가 4월에 예정된 만큼, 한은이 3월 임시 금통위를 열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준이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이주열 총재가 긴급 회의를 주재한 만큼 일부에서는 한은 역시 오늘 임시 금통위를 개최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며 "금통위를 개최하지 않았지만 3월에 임시 금통위를 개최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1.25%며 기준금리를 통상의 수준대로 인하할 경우 1.0%수준이 된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 은행, 여수신금리 인하 속도 빨라지나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채권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우리나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8.1bp내린 1.029%로 마감했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특히 장중 1.015%까지 낮아지며 0%대 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됐다.

3년물 뿐만 아니라 1년물, 5년물,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7.0~8.0bp 가량 떨어졌고 20년물, 30년물, 50년물 국고채 금리도 4.0bp수준 떨어졌다.

주목할 점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시장금리의 주요 지표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이는 국고채 3년물이 가장 활발히 유통되고 은행이 가장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은행의 단기(1~3개월) 조달금리에 기준이되는 CD금리도 이날 0.71%포인트 하락한 1.40%로 마감하는 등 전체적인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만큼 시중은행들은 수신상품 금리 하락 압력이 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 관계자는 "일부 은행을 제외하고는 지난해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단기 상품에 대해서만 최근에 대해 조정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시장금리의 지표가 되는 금리들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은행 역시 수신금리 압박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각 은행별로 의사결정 과정이 모두 다르고 이에 따라 수신금리를 조정하지만 최근 순이자마진(NIM) 하락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조달금리가 지속 하락하고 있는 만큼 은행 역시 수신상품의 금리를 더 이상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신금리가 내려가면 대출금리 역시 하락하게 된다. 대출금리는 매달 중순 은행연합회에서 내놓는 코픽스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 코픽스는 각 은행의 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매도, 표지어음매출, 금융채 등을 바탕으로 산정된다.

즉 은행이 수신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코픽스 역시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대출금리 역시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간 은행들은 지난해 한은이 두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수신금리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지난해말부터 농협은행을 중심으로 수신금리를 인하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농협은행이 예금과 적금 상품에 대한 금리 0.20~0.30%포인트 내렸고 지난 2일 하나은행은 18개 수신상품의 금리를 0.25~0.30%포인트 인하했다.

이 외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역시 일부 상품에 대해 금리를 내렸지만 이는 만기가 6개월 이내로 짧은 상품이다. 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역시 전체적인 수신상품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은행 관계자 역시 "조달금리가 계속 하락하는데 수신금리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적인 은행 여수신 금리를 조정하는 촉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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