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대응을 위해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외형적으로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당시 추경 규모(11조6000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메르스 때는 세수부족을 메우는 세입경정이 5조4000억원, 실제 지출을 늘리는 세출추경이 6조2000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세입경정 3조2000억원을 제외하고 세출예산만 8조5000억원을 편성했다는 점이 다르다. 역대 감염병 대응 추경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정부는 4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이러한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추경안'을 확정하고 5일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세출예산 8조5000억원을 ▲감염병 검역·진단·치료 등 방역체계 보강 및 고도화에 2조3000억원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회복 지원에 2조4000억원 ▲코로나19 조기극복용 민생·고용안정 지원에 3조원 ▲지역경제 회복 지원에 80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정부의 방역조치 이행에 따라 발생한 의료기관 손실보상(3500억원)과 의료기관 경영안정화 융자자금(4000억원)을 배정했고, 음압구급차 146대(292억원)를 구매해 보급하고,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에 음압병실 120개(300억원)도 추가로 만든다.
입원·격리치료자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비 800억원도 배정했다. 생활지원비는 가구원수 및 격리기간에 따라 1명당 월 최대 45만5000원, 사업주에 지원하는 유급휴가비는 하루 13만원 한도내에서 지원한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긴급경영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1조7000억원을 풀어 대출을 늘리고, 저임금 근로자(약 230만명)를 계속 고용하는 영세사업장(약 80만개)에 1인당 7만원씩 4개월간의 임금을 보조해 경영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전통시장 소비 유도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온누리상품권을 추가 발행하고 1인 구매한도도 높여준다.
얼어붙은 소비를 살리기 위해 저소득층(189만명)과 노인(노인일자리사업참가자 54만명), 아동(아동수당 대상자 263만명) 등 약 500만명에게 총 2조원 규모의 소비쿠폰을 지급한다. 소비쿠폰은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온누리상품권으로 준다.
TV·냉장고 등 고효율 가전기기를 사면 개인별 최대 30만원 한도 내에서 구매금액의 10%를 환급해주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를 위해 3000억원을 편성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 지원예산도 별도로 배정, 중소기업·소상공인 긴급자금을 지원하고 피해점포 회복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번 추경의 재원은 한국은행 잉여금(7000억원)과 기금 여유자금(7000억원)을 우선 활용하고, 나머지는 국채발행으로 10조3000억원을 조달한다. 정부는 오는 17일 끝나는 2월 임시국회에서 이번 추경안이 통과하면 2개월 안에 추경 예산의 75% 이상을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3일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타이밍과 속도가 중요하고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마스크 대란과 관련 현재 시행중인 긴급수급안정조치(50% 공적 의무공급 및 수출제한)를 넘어서 국내 마스크 생산량의 90%를 국내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