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1.25%→0.75%)로 '제로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전세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리를 내리면 임대 수요자(세입자) 입장에선 대출 금리가 낮아지기 때문에 월세보다 전세가 유리하고,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공급자(임대인)는 월세를 선호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미 12‧16대책으로 주택 보유자들의 대출 규제, 세금 부담이 심해져 전세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 금리 인하가 '전세난'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서울 전셋값 상승세
최근 전세시장은 입시제도 변화에 이어 지난해 12‧16대책까지 더해지며 출렁였다.
정부가 시가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 대해 전세자금대출을 막고 종부세, 양도소득세 부과를 강화한 영향이다.
규제를 강화한 탓에 매수 대기자들이 전세로 돌아서며 수요가 많아졌다. 늘어나는 세금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해 전세금을 올리거나 반전세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나타나면서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9억원에 육박한 서울의 경우 전세가격 상승세가 눈에 띈다.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가격 시계열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16일 이후 3월 9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44%로 다소 진정됐으나 전세가격은 1.11%으로 오름폭이 더 컸다.
강남3구만 봐도 매매가격은 오히려 서초구 0.29%, 강남구 0.21%, 송파구 0.20% 각각 내렸으나 전세가격은 각각 1.92%, 2.30%, 1.36% 반등했다.
강남은 입시제도 개편과도 맞물리면서 학군이 뛰어난 입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 물량이 부족해진 탓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전세수급지수(전세수요 대비 공급수준, 수치가 100 이상일수록 공급 과열)도 눈에 띄게 급등했다.
리얼하우스가 'KB부동산리브온 월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2월 전세 수급지수는 평균 157.7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8.8포인트가 급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6년 11월에 164.4을 기록한 이후 4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특히 서울이 87.5에서 160.8로 두 배가량 치솟았다.
◇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타' 될까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큰폭으로 떨어지면서 월세 전환 움직임이 많아질 경우 '수급불균형'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세가격 상승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2016년 6월 기준금리가 1.5%에서 1.25%로 내리며 당시 기준으로 역대 최저금리였던 때도 월세 전환이 늘어나며 전세난이 이어진 바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2016년 전체 주택의 전월세 거래량 145만9617건 중 월세비중은 45.2%로 전년(44.2%)보다 1.0%포인트 오르는 등 확산 추세를 보였다.
전세 매물이 귀해지자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기준금리 인하 직후인 2016년 7월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73.5%까지 치솟기도 했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분양평가팀장은 "월세 세입자의 경우 저금리 대출을 받는게 유리하기 때문에 전세 수요가 훨씬 많아질 것"이라며 "반면 공급자는 보증금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물가상승률을 따져보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나 다름없기 때문에 월세로 전환하려는 사례가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같은 현상이 국지적, 단기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남권은 자가이전이 쉽지 않고 지역 내 학군수요, 교육수요, 임대차 수요 등이 있는데 입주량도 전년 대비 크게 많지 않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전세가격이 약간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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