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들의 불안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집값은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전세가격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이사 등 사회적 활동이 위축되며 일시적으로 전세 수요는 줄어든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고 이주 수요가 본격화되면 전세가격은 더 오를 수 있어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 상승폭 줄었지만, 여전한 오름세에 '부담'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월 마지막 주 전국 전세가격 상승률은 0.04%를 기록했다. 수도권은 0.05%, 서울은 0.03% 오르는데 그쳐 모두 전주대비 상승폭을 축소했다.
지난해 말 12.16 대책 발표 전후로 상승률이 0.23%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최근에는 잠잠해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세입자들이 불안감을 갖는 것은 정부의 규제 대책 본격 시행과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주택 경기가 꺾이며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통상 집값이 떨어지면 전셋값도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전셋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때 전셋값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때도 있긴 했지만 최근 2~3년간 전반적으로 집값과 함께 전셋값도 가파르게 상승해 세입자들의 자금 부담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9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단지로 입주가 본격화되면 전세가격을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됐던 헬리오시티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초만 해도 6억~7억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졌지만 지속적으로 가격이 상승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11억원을 넘어서며 1년 만에 4억원 가량 올랐다.
최근에는 다시 8억 중반에서 9억원 정도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다만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사 수요가 줄면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확산세가 잠잠해지면 다시 매물 찾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의 분석이다.
헬리오시티 인근 A공인 대표는 "코로나 영향으로 최근에는 전셋집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 매물이 조금 있지만 올 1~2월만 해도 찾기 힘들었다"며 "코로나가 변수이긴 한데 5월 이후에는 매물이 있을지 장담할 수 없고, 가격도 지금 수준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갈수록 수요 늘고 공급 줄 듯
입주물량이 작년에 비해서 적고, 하반기 들어서는 위축됐던 이주 수요 등이 늘면서 전세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집값 조정기에 진입하면서 내집마련을 미뤄 전세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점도 불안한 요인 중 하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코로나로 결혼과 이사 등을 미룬 경우가 많아 일시적으로 감소했던 수요가 하반기에는 다시 늘어날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당분간 전셋값이 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올해 입주 예정 물량이 지난 2년과 비교하면 적지만 최근 주택 공급량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셋값 상승세는 완만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집값이 떨어지다보니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 대신 전세로 전환하면서 전세 매물이 더 귀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인하로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임대인들도 늘어나 가격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