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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째 부동산 대책]갭투자 딜레마, 결단 내린 정부

  • 2020.06.18(목) 15:45

투기세력 막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 재편
전세공급 줄면 주거비 부담 증가…내 집 마련도 힘들어져

정부가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입)를 막기 위한 직접적인 규제 카드를 빼들었다. 서울 뿐 아니라 수도권 주요지역에서 전세보증금을 지렛대 삼아 주택을 매입하며 집값을 끌어올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 특유의 전세제도는 갭투자를 통해 시장을 교란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월세보다는 주거비 부담이 적고, 적은 돈으로 내 집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서민 중산층의 내 집 마련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그 동안 정부가 갭투자를 직접적으로 막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6.17 대책에 갭투자 대책을 넣는 결단을 내리면서 향후 시세차익을 노리고 시장에 진입했던 법인 등 가(假)수요를 없애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재편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전셋집 공급이 줄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고, 내 집 마련이 이전보다 힘들어질 수 있다는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근 기자 qwe123@

◇ 집값의 10%만 있어도 새집 산다

6.17 대책에서는 갭투자를 막기 위해 무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살 경우 전입 의무 기간을 이전보다 단축하고, 갈아타기 수요 1주택자 역시 기존주택 처분과 전입 의무 기간을 줄였다(6개월).

또 전세자금대출보증을 활용해 다른 집을 갭투자 대상으로 삼는 것도 막았다. 이를 통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강남 등 고가주택의 경우 대출 문턱이 높아져 진입이 어려운데 반해, 가격이 저렴한 비(非)규제지역에선 소액으로도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해 단기 차익을 노릴 수 있어 투자자들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어서다. 이를 통해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주택 가격이 계속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새 아파트 청약시장이 과열되고 있는데, 이 역시 수분양자들은 입주 시점에 세입자만 구하면 적은 돈으로도 집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직방에 따르면 전국 기준 올해 입주 1년 미만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분양가 6억~9억원 이하가 82.4%를 기록했다. 인천‧경기 등 수도권은 6억~9억원 이하 신축 아파트 분양가 대비 전세가율이 90.7%로 분양가의 10%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다.

새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까닭에 당첨만 되면 분양가의 10~20% 수준의 돈으로도 억 단위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수도권 대부분과 일부 지방 청약 시장은 수백 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갭투자를 차단하는 정책을 통해 일단 주택시장에 유입됐던 투기수요는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갭투자를 하려던 개인뿐 아니라 법인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면서 단기적으로 투기세력을 억제하는 효과는 분명히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서울외 지역에서 개발호재를 노리고 전세를 안고 투자하는 수요가 줄어 실거주 하려는 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전세시장 불안…멀어진 내 집 마련

정부는 투기세력이 중‧저가 주택을 갭투자 대상으로 삼아 집값이 급등하는 것을 막으면 서민‧중산층과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기회가 박탈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전세가 갖고 있는 긍정적 효과까지 없애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전세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는데 반해 월세는 매달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한국감정원은 전세가 월세보다 주거비 부담을 10~15% 가량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서민들은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갭투자는 집값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면서도 전셋집을 공급하는 수단 중 하나였다. 갭투자를 규제하면 임대차 시장에서 전셋집 공급이 크게 줄어 가격이 오르고, 전세 대신 월세를 살아야 하는 서민들 입장에선 주거비 부담이 커져 내 집 마련이 더 힘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자가 이전의 규제(전입신고 의무)가 임대차 시장의 가격불안 양상과 분양시장 과열이라는 풍선효과를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준석 교수는 "갭투자로 활용됐던 전셋집들은 앞으로 현금부자들이 소화하면서 월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규제로 매입자들이 전세를 놓을 수도 없고, 저금리 상황이라 월세가 임대수익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임대차 시장에서 전셋집 찾기는 힘들고 가격도 오를 것"이라며 "이는 실수요자들의 주거비 부담 증가로 이어져 집 사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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