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가 늘어 아침부터 (주식시장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변동폭이 크다. 지금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다. 적기에 적절한 안정조치를 과감히 취하겠다.
24일 오후 3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초조한 표정으로 정부서울청사 16층 대회의실에 들어섰다. 삼성생명·한화생명·미래에셋대우 등 6개사 최고경영자와 대학교수 등 외부인사를 초대해 금융그룹 감독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그는 "엄중한 상황"이라는 말과 함께 주식시장 얘기부터 꺼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직전거래일보다 3.87% 하락한 채 마감했다. 금융위기가 강타한 2008년 9월1일(-4.06%) 이후 11년 5개월만에 최대 낙폭이다. 코로나19 확산 공포가 작용했다.
은 위원장은 "확진자 추이에 따라 변동성이 크지 않을까 우려해 오전부터 사무처장 중심으로 회의를 진행했다"며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이 준비돼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시장불안을 막기 위한 첨병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였으나 '메신저'의 행동이 적절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했음에도 은 위원장의 대응수칙은 거꾸로 갔다. 기본인 마스크 착용을 소홀히 했다.
이날 자신의 사무실에서 급하게 나온듯 은 위원장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회의실 입구에 마스크와 소독제가 있었으나 그냥 지나쳤다. 그러고는 주식시장 움직임 등 자신이 하고 싶은 말부터 시작했다.
은 위원장과 회의테이블에서 얼굴을 맞댄 참석자는 15명이다. 회의 시작 전 악수조차 삼가던 참석자들은 은 위원장의 맨 얼굴을 확인하고는 다시 마스크를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과감한 조치'를 언급하기 전 주위를 배려하는 기본부터 챙겨야하지 않았을까. 은 위원장 말대로 지금은 엄중한 상황이다. 메시지가 통하려면 메신저가 솔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