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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원유·햇살·수로…'마이데이터'가 뭐길래

  • 2020.06.29(월) 16:55

8월 시행 앞두고 금융회사·핀테크 등 군침
상호주의·개인정보 통제권 등 해결과제도

금융위원회가 2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신용정보원, 금융결제원, 금융보안원과 개최한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사진=금융위

"데이터는 원유입니다. 여러 단계의 정제작업을 거쳐 다양한 분야의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햇살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어느 곳에나 존재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모든 것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죠."

김학수 금융결제원장은 2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포럼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을 이같이 빗댔습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의 흩어져있는 금융정보를 통합관리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그동안 은행, 카드, 보험, 증권사 계좌를 따로 가입해 각각의 앱만 이용할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여러 금융상품을 앱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별게 아닌 것 같지만 기업들은 여기에서 돈 냄새를 맡았나 봅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실시한 수요조사에선 116개 기업이 마이데이터 사업허가를 희망했다고 합니다.

최근 네이버통장을 내놔 관심을 모은 네이버파이낸셜은 마이데이터가 시행되면 맛집에서 실제 결제한 사람의 리뷰를 추려내 다른 이용자에게 관련정보를 제공해주고, 내 차 정보를 입력하면 중고차 시세, 보험료, 할부비용 등을 안내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KB시세를 제공하는 KB국민은행은 부동산 정보에 더해 대출, 세금까지 아우르는 서비스를 내놓는 게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동안은 호가와 실거래가, 주변시세 정도만 제공해왔죠.

핀테크에 문외한인 입장에서 보면 지금까지와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기업들은 다르게 생각하나 봅니다.

이날 행사에는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 대표, 김태훈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운영사) 대표뿐 아니라 허인 KB국민은행장, 김철기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본부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핀테크 맹주와 전통 금융기관의 수장이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가 이채로웠습니다.

해결해야할 숙제는 남아있는 것 같더군요. 비바리퍼블리카는 금융기관과 핀테크 모두 서로의 데이터를 개방하자며 '상호주의'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웹사이트나 창구에서 조회가능한 정보는 모두 받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네이버파이낸셜은 상호주의라는 단어를 꺼렸습니다. 김철기 신한은행 본부장은 "저쪽은 상호주의라고 얘기하지만 우리는 제휴라고 본다. 우리와 개념이 다른 것 같다"고 했습니다.

상호주의가 상대방이 문을 열면 우리도 열어야하는 의무의 성격이 강하다면 제휴는 문을 열어도 되고 안열어도 되는 권리의 성격이 강합니다. 아무래도 가진 것이 적을수록 더 많은 걸 요구하고, 많이 가진 쪽은 '다 내놓으라'는 요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겠죠.

또하나 걸리는 점은 소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마이데이터 시행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실무현안을 논의하는 '워킹그룹'을 운영했습니다. 금융위와 유관기관, 금융권, 핀테크업계 실무자가 참여했는데요.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는 "개인정보 통제권 등 개인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 아쉬웠다"고 하더군요. 강현정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보안이나 프라이버시 이슈에 발목잡히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마이데이터라는 원유 발견은 시작일 뿐 시추·운송·정제과정에서 사고가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마이데이터를 '수로'에 비유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흐르는 물(데이터)을 데이터가 모이는 거대한 댐까지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부여했는데요.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기초공사를 튼튼히 해 오는 8월 마이데이터 시행 때는 그 수로 위로 시원한 물이 흐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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