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내년에 상황봐서 하게 될 겁니다. 어차피 지금 허가 신청이 마지막은 아니잖아요. 아무도 해본적 없는 사업은 지금 당장 들어가는 것보다 나중에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게 결과적으로 유리할 수 있습니다."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 허가 절차에 시장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초 이른바 데이터 3법이 통과되고 8월에 전격 시행되면서 마이데이터 사업을 포함해 신규 사업 진출의 기회가 열렸지만 당국 허가를 받아야 하는 까닭에 서로가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는 35개 기업이 마이데이터 사업 예비허가를 신청했다고 홈페이지에 공고했다. 신청 기업 중에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증권사, 카드사, 저축은행, 빅테크, 스타트업 기업 등이 두루 포함돼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여러 회사가 갖고 있는 고객 정보를 수집·가공해 기업 수익 활동에 활용케 한 사업이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과 신용정보관리 서비스, 금융정보 통합조회 등이 꼽힌다.
키움증권은 지난 8월말 발간한 리포트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하면 대출중개업·보험중개업·자산관리업 등 금융서비스업뿐 아니라 건강·의료·재무서비스·유통업까지 서비스 확대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관련 법 시행 전인 올해 5월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 사업 수요예측을 실시했는데 이때 참여한 기업은 116개였다. 하지만 8월 예비허가 사전신청에 참여한 기업은 63개로 줄었고 이번 예비허가 신청에는 사전신청 기업의 절반이 조금 넘는 35개만 이름을 올렸다.
인터넷전문은행 한 관계자는 "당초 연내 마이데이터 인가 획득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지만 새로운 사업 영역인 만큼 업계 추이와 사업 반향 등을 지켜보기로 했다"며 "이번 인가 참여가 마지막 기회가 아니라서 굳이 지금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금융위 역시 지난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업 상당수가 마이데이터 사업 참여 시기를 내년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신청자격을 올해 5월 이전에도 유사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던 곳으로 제한한 영향도 상당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유사사업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사가 모바일 앱에서 선보이고 있는 소비 데이터 분석 서비스는 유사사업으로 봤지만 보험사의 보장분석서비스는 유사사업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유사사업 범위가 애매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기관과 신용정보사 데이터를 스크래핑해 단순 조회하는 식의 사업은 유사사업에서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심사 과정에선 물적시설 구비 여부와 사업계획의 타당성, 대주주 출자능력과 재무상태 등도 도마 위에 오르는데 핀테크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상당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일부 핀테크 기업은 요건 심사에 앞서 주주구성 변화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핀테크 기업은 물적 요건을 갖추기 위해 상당한 비용의 금액을 내고 컨설팅 서비스를 받기도 했다"며 "마이데이터 사업은 이제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기업이 아니면 진출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심사 과정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허가제인 까닭에 내년 2월까지 허가를 못 받으면 서비스 자체를 중단해야 하는데, 심사 인력 규모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며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력 구성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회에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받겠다고 나선 기업들은 선점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먼저 론칭해 홍보 효과를 누리고 수익성도 높이려는 것이 사업 진출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허가는 금융위가 접수를 받으면 금감원이 심사를 진행한다. 35개 기업에 대한 예비허가 심사는 앞으로 두달 내 완료하고 연말 중 정식허가를 접수하기 시작해 내년 1월 중순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