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환율급변과 각국의 금리인하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환 리스크에 따른 보험사의 손실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 환헤지 비용 증가…환헤지 만기 짧은 보험사 발등에 불
환헤지 비용 증가는 해외투자 비중이 높은 보험사와 상대적으로 환헤지 만기가 짧은 중소사들에 집중될 것으로 분석된다. 환헤지 계약을 한 경우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이 없지만 문제는 보험사가 투자한 해외자산의 만기 대비 환헤지의 만기가 짧다는 점이다.
헤지한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면 다시 롤오버(만기연장)를 해야하는데 환율변동이 커지면서 부담이 늘고 있는 것. 특히 중소형보험사들은 1년 미만의 단기 환혜지 계약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말 기준 1년 이상 장기 환헤지 계약 비중은 대형 생보사의 경우 82.8%, 중소형생보사는 48.9%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손보사들은 대형손보사들도 장기 비중이 72.1%에 그쳤고 중소형손보사들은 51.0%에 머물렀다.
일부 중소사는 만기가 3개월 미만인 비중이 70%를 넘고, 대형사 일부에서도 만기가 1년 미만인 비중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환헤지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것은 비용 때문이다. 환헤지 비용은 만기가 짧을수록 저렴하고, 만기가 길수록 비싸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으로 만기 3개월 환헤지 비용(통화선도환 롤오버 전략을 1년간 적용한다는 가정)은 1조8000억원, 만기 1년 통화스와프의 환헤지 비용은 2조11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환율급변으로 만기를 짧게 가져가 비용을 줄이려 했던 보험사들이 오히려 더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히 달러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금리조정으로 해결되지만 코로나19로 변동성이 커지고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모두 달러를 확보하려다 보니 '달러 가뭄'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 환헤지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각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환율변동폭이 커지면서 시장에서 이미 환헤지 비용이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환헤지 비용이 커지면 현재 3%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운용자산이익률은 더 낮아지게 된다. 650조원을 넘어서는 전체 생보사 운용자산 규모를 감안하면 수백, 수천억원의 자산운용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결국 보험사의 실적감소로 이어진다.
임 위원은 "해외투자비중이 큰 회사는 물량이 큰 만큼 환헤지 비용 증가에 따른 손익 영향이 클 수밖에 없고 비용문제로 만기를 짧게 가져간 중소형사들도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인하가 지급여력비율 등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과 달리 환율을 비용증가와 자산운용수익률을 낮춰 수익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 '마진콜' 공포…증거금 확대 부담도 커
늘어난 환헤지 비용뿐 아니라 추가 증거금 부담이 더 큰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환헤지 거래시 장외거래에서 계약을 준수하지 못할 것을 대비해 증거금을 요구하는데 환율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기존 담보가치가 낮아졌다고 보고 증거금을 더 내라고 요구할 수 있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자금을 쌓아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마진콜'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임 위원은 "추가 증거금을 한국 국채가 아닌 달러로 요구할 경우 보험사들은 달러 유동성 문제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달러/원 환율 상승으로 추가증가금을 달러로 요구할 경우 원화를 외환시장에 팔아 달러를 확보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달러 가격이 더 폭증할 수 있어 비용증가의 악순환에 고리에 놓일 수 있다. 때문에 해외투자 비중이 높은 회사들은 마진콜을 대비해 추가적인 유동성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위기 당시 원화약세에 따른 증거금이 늘어나면서 삼성생명, 교보생명과 같은 대형 보험사들도 어려움을 겪은바 있다"며 "환율이 급변동하면서 환헤지 환경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증거금 증가에 따른 보험사들의 비용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본여력이 어느정도 있는 대형사는 위기를 넘길수 있겠지만 환헤지 비용이 증가하고 영업경쟁력을 위해 대형사 대비 고금리 정책을 펴왔던 중소형사들은 역마진과 운용자산이익률 하락 등 다방면의 부담이 더 클 것"이라며 "미국, 유럽은 코로나19가 이제 시작된 단계로 보험업계가 올해 목표를 새로 짜는 등 장기적 관점에서 대처방안을 내다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