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모씨는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해 인지지능이 떨어져 다른사람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진단결과를 보험사에 전달했다. 김 씨가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 생명보험을 통해 수령한 보험금은 총 8억원. 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김 씨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운전도 아무렇지 않게 했다. 진단결과를 허위로 꾸며 보험금을 타낸 것이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인원과 적발금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키워드로 적발 유형을 나눠보면 남성·50대·회사원·자동차보험 등이 손꼽힌다. 1인당 평균 적발금액이 950만원 미만의 비교적 소액의 보험사기가 대부분인 것도 눈에 띈다. 금융감독원은 생계형 보험사기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총 9만2538명이다. 전년대비 16.9% 증가한 수치로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다. 2015년 이후 2018년까지 매년 8만명 안팎에서 정체하는 추이를 보였지만 지난해 1만4000여명 가량 증가했다.
직업 면면을 살펴보면 회사원이 18.4%로 가장 많았다. 전업주부 10.8%, 무직·일용직 9.5%, 전문종사자 4.2%, 학생 4.1%로 그 뒤를 이었다. 연령대로는 50대 중년층이 전체의 25.9%를 차지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40대가 20.8%, 60대가 18.9%, 30대가 17.5%를 기록했는데 60대 비중이 2017년 14.3%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성별은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남성 적발인원이 6만2204명(67.2%)으로 여성 3만334명(32.8%)의 2배 이상을 차지했다. 자동차 보험사기 적발인원 중 남성이 4만3263명으로 여성 1만238명의 4배 이상을 기록한 것이 성별 차이를 나눈 가장 큰 요인으로 손꼽힌다는 설명이다.
보험 영역별로 보면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이 각각 9:1 정도의 비중을 보였다. 자동차보험 사기 적발인원이 5만3501명으로 57.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장기보험이 2만7840명으로 30.1%, 보장성보험이 9864명으로 10.7%를 기록했다.
사기 유형별로는 사고내용을 조작해 적발된 인원이 1만8512명으로 전체의 20.0%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음주·무면허 운전이 1만5327명으로 16.6%를 기록해 그 뒤를 이었고 고지의무위반(1만2505명·13.5%), 운전자 바꿔치기(1만794명·11.7%), 고의충돌(6718명·7.3%) 순으로 이어졌다.
전업주부와 무직·일용직 비중이 작지 않은 것과 60대 적발인원이 증가하는 추세를 두고 금감원은 생계형 보험사기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직업·연령·성별에 크게 관계없이 불특정 다수의 보험소비자가 피해를 과장하거나 사실을 왜곡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기행각에 가담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해 보험사기를 금액으로 따지면 8809억원 규모로 집계된다. 전년 대비 10.4% 증가한 수준으로 적발인원과 마찬가지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손해보험 적발금액이 8025억원으로 전체의 91.1%를 차지했고 생명보험은 285억원으로 나머지 8.9%를 채웠다.
유형별로 따지면 허위·과다사고 적발금액이 도합 644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사고내용을 조작해 수령한 보험금이 1855억원을 기록했다. 전체의 21.1%를 차지한다. 허위 입원을 통해 탄 보험금은 976억원으로 11.1%에 달했다. 음주·무면허 사실을 숨긴채 받은 보험금은 878억원으로 전체의 10.0%를 기록했다.
고의사고에 따른 보험금도 총 1101억원에 달했다. 자살이나 자해로 수령한 보험금은 637억원으로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고의충돌을 포장해 수령한 보험금은 339억원으로 3.8%에 달했다. 이 밖에 방화(0.9%), 살인·상해(0.4%), 자기재산 손괴(0.1%) 등 고의 사고를 통해 보험금을 탄 경우도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건전한 보험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보험사기로 인한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수사기관 및 건강보험공단 등 유관기관과 공조를 통해 보험사기에 대한 조사를 강화할 것"이라며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제도와 업무관행 개선, 예방교육과 홍보활동 등을 꾸준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