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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은행]③더 센 놈이 온다

  • 2020.07.23(목) 09:00

데이터3법 시행으로 데이터 거래시대 본격화
데이터 창출·자산관리 역량 강화가 새 수익원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이른바 데이터3법이 다음 달 5일 시행에 들어간다.

금융권에선 데이터 3법이 은행권의 기존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만만치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데이터의 가공과 판매 그리고 이를 활용한 자산관리까지 다양한 수익원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새로운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데이터 거래시대 본격화 

데이터3법이 시행되면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은 물론 유통과 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쌓아둔 데이터가 또 다른 수익원이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5월부터 시범 운영 중인 금융데이터거래소에선 다양한 데이터들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거래를 위해 등록된 데이터만 378개에 달하고, 은행과 보험사, 카드사, 신용정보사, 부동산 프롭테크 등 다양한 기업들이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거래되는 데이터는 일반적인 통계 수준의 정보여서 가격대가 높진 않지만 데이터3법 시행 이후엔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데이터3법이 통과되면 금융회사는 물론 통신사, 유통사 등 다양한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양질의 고객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게 된다. 가명정보 방식이 도입되기 때문이다.

데이터3법이 시행되면 기업들은 고객 정보를 '개인정보'와 '가명정보', '익명정보'로 구분해 관리하게 되는데 이중 가명정보(추가정보의 사용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조치한 정보)는 개인의 동의 없이도 통계작성, 연구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기업 입장에선 그만큼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방대해진다는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진 통계 수준의 데이터만 거래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면서 "데이터3법이 시행되면 거래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과 질이 모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만큼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구매자가 원할 경우 각각 다른 판매자와의 데이터를 결합해 활용하는 방식도 허용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개인정보 비식별 가이드라인에 따른 데이터 결합만 가능한데 앞으론 결합할 수 있는 데이터의 폭이 훨씬 더 넓어지는 만큼 활용폭도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 은행권이 집중하는 두 가지 

은행권은 데이터 거래시대를 맞아 크게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가치있는 데이터를 만들 수 있는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은행 지주회사들이 잇달아 빅데이터센터 설립에 나서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존 데이터는 그 가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건당 100만원에서 수천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3법이 시행되면 정보의 가치가 훨씬 더 높아지면서 가격도 가파르게 올라갈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는 "데이터3법 통과 이후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각종 데이터를 결합해 의미있는 데이터를 새롭게 만들 수 있게 된다"면서 "이제 누가 더 가치있는 데이터를 창출해 내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 판매가 늘어나면 은행의 영업외수익도 커지게 된다"면서 "은행 입장에선 또다른 수익원이 생기는 만큼 꾸준히 데이터 품질 향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AISP(Account Information Service Provider‧본인계좌정보관리업자) 태동에 대비해 자산관리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AISP는 여러 군데에 산재한 은행 계좌를 한데 모아 통합 제공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지난해 공식서비스를 개시한 오픈뱅킹과 궤를 함께하지만 조회와 이체에서 한발 더 나아가 맞춤형 자산관리까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AISP가 본격화하려면 데이터3법의 시행이 필수조건으로 따라붙는다.

은행권 역시 데이터 구매자로서 거래에 참여해 다양한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만큼 AISP서비스도 가능해진다. 다른 은행은 물론 핀테크 기업들까지 전방위 경쟁 구도가 펼쳐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가치 있는 데이터 창출은 물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자산관리 역량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최근 통합 자산관리 플랫폼인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를 출범했고, 우리은행은 자산관리그룹 내 투자상품전략단을 신설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아무리 데이터를 잘 다루더라도 자산관리의 역량이 떨어진다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며 "이에 자산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해 각종 사내 프로그램, 조직개편 등에 나서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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