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이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애초 갈등의 시작은 금융결제원의 관리‧감독기구에 대한 문제였다. 그런데 최근 '빅브라더 법' 논란이 불거지면서 갈등의 양상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국회 상임위원회를 넘어 정부 부처 간 의견 대립으로 치달으면서 좀처럼 해결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 전금법 개정안 쟁점은
지난해 11월 전금법 개정안이 발의됐을 당시부터 지난달까지만 해도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 이견의 쟁점은 금융결제원의 관리‧감독 주무부처 문제였다.
개정안은 전자지급결제청산업을 제도화해 이 업무를 맡은 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금융위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기관이 바로 금융결제원이다. 문제는 금융결제원이 기존엔 한국은행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는 데 있다. 금융결제원은 과거 한은 조직에서 분리 독립한 이후 한은의 관리를 받아왔다.
관리‧감독 권한을 두고 금융위와 한은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이 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빅브라더 법'이라고 비판하고 나서면서 갈등의 양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개정안은 빅테크 기업의 통상적인 외부거래(xx페이 결제 등)는 물론 카카오페이 사용자가 또 다른 카카오페이 사용자에게 자금을 보내는 내부거래 내역까지 금융결제원이 수집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한은은 금융위가 이를 일괄 관리하겠다는 것 자체가 '빅브라더'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국회로 번진 금융위와 한은의 갈등
◇ 은성수 "화가 난다"…이주열 "금융위 이해부족"
지난 17일 한은이 전금법 개정안은 '빅브라더 법'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이후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갈등의 전면에 나섰다.
은 위원장은 지난 19일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은의 '빅브라더 법' 지적에 대해 "지나친 과장이다. 화가 난다"면서 "비판을 해도 그렇게 비판해서는 안 된다"라고 원색적인 발언을 내놨다.
이에 이 총재도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금법 개정안을 두고 "빅브라더 문제를 피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전금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한은의 입장에 대한) 금융위의 이해가 부족하다"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 정무위 vs 기재위 넘어 정부 부처간 공방
양 기관 수장들이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데 각 기관의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와 기재위원회로도 갈등이 번지고 있다.
정무위는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전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데다 금융위원회가 산하기관이어서 금융위를 두둔하고 있다.
25일 국회 정무위에서 열린 전금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입장차가 더 뚜렷해졌다. 이날 공청회는 개정안을 두고 다양한 이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해법을 모색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날 윤관석 정무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빅테크 사업자의 외부청산을 둘러싼 논쟁이 기관 간 이해관계 다툼으로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다는 걱정이 있다"면서 "특히 공적 국가기관인 한국은행의 장이 공식적인 법안 심의 과정을 통한 의견 개진이 아닌 빅브라더 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여론 작업을 한다는 오해를 살만한 행태를 보여 유감"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금융위원회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반면 앞서 한국은행의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에선 전금법 개정안에서 관리감독 주체를 전면 부정하는 내용이 담긴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상임위의 갈등으로 번진 양상이다.
여기에 더해 국무총리실 산하 개인정보보호위원회까지 한은의 손을 들어주면서 판은 더 커졌다. 이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의 "전금법 개정안에 대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전금법 개정안의 일부조항은 개인정보보호 법체계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며,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고 사생활의 비밀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가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 금결원 노조 "우리 두고 영역 다툼 말라" 일침
금융위와 한은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그 핵심에 있는 금융결제원 노조는 "금결원은 지급결제업무 주체이지 전리품이 아니다"라며 두 기관에 모두 일침을 날렸다.
금결원 노조는 "날이 갈수록 전금법과 관련된 한은법 개정 논란이 금결원 직원들의 정서를 철저히 무시하고 양 기관 간 영역 다툼으로 변질됐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금결원에 경영자율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자율경영 확보를 위해 투쟁을 본격화하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