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동차보험 실적이 크게 개선되자 올해 차보험료 인상 여부를 놓고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이 동상이몽에 가까운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당국은 코로나19로 자동차 운행량이 줄면서 사고율이 감소한 덕분에 자동차보험 실적이 크게 개선된 만큼 보험료 인상 요인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금 누수문제 해결을 위한 경상환자 치료비 보상방식 변경 등 올해로 예정된 제도 개선도 보험료 인상 요인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보험사들은 올 하반기 중 보험료 인상 필요성을 내비치고 있다. 실적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정비업체의 정비수가 인상요구 등에 따른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올해 인상 없다 vs 하반기 인상카드 만지작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자동차 사고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지난해 자동차보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영업손실은 3799억원을 기록해 2019년 1조6445억원과 비교해 적자 규모가 1조2646억원이나 줄었다. 자동차 운행량 감소로 사고율은 2019년 17.8%에서 2020년 15.5%로 2.3%포인트 하락했다.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도 지난해 102.2%로 전년 대비 8.5%포인트 개선됐다. 합산비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인 손해율에 사업비를 반영한 개념이다. 100% 미만이면 이익이 나고 넘으면 손실이 발생한다. 2019년 110.7%를 기록했던 비교하면 크게 개선된 수치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인당 지급한 보험금 규모는 오히려 증가해 사고율이 예전 수준을 회복할 경우 오히려 손해율이 더 높아질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 2019년 171만 명에 달했던 경상환자 수는 지난해 159만 명으로 6.8% 감소했다. 그러나 경상환자 인당 지급된 보험금은 2019년 163만원에서 2020년 183만원으로 오히려 12.1% 증가했다. 중상환자의 인당 보험금 역시 1388만원에서 1424만원으로 2.6% 증가했다.
이는 경상환자의 한방의료비 급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 5418억원이던 한방의료비는 2020년 8849억원으로 폭증했다. 그러면서 양방의료비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양방의료비는 8154억원에서 7968억원으로 감소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고율이 줄면서 적자 폭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 상태"라며 "건당 손해액(보험금)이 계속 늘고 있어 올해 사고 건수가 예년 수준을 회복하면 손해율이 오히려 더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업계의 정비수가 인상 요구도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 정비업계는 최근 정비요금 8.2% 인상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국토부에 전달했다. 정비수가는 자동차보험정비협의체를 통해 결정되는데 정비수가가 8%가량 오르면 보험료도 5~6%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비수가 인상이 추진될 경우 하반기 중 보험료 인상 요구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면서 "손해율이 개선된 만큼 상반기엔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만 하반기에는 보험료 인상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당국의 경상환자 제도 개선이다. 현재 손해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이유가 경상환자의 한방치료비 증가에 따른 것인 만큼 ▲경상환자의 과실비율을 적용한 치료비 보상방식 조정 ▲진단서 추가 제출 의무 부여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면 보험금 누수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진정과 함께 차량 운행량이 늘면 한산비율이 다시 높아질 수 있고, 여전히 적자상태인 것도 맞다"면서 "다만 현재 합산비율을 기준으로 투자수익을 계산할 경우 견딜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올해는 보험료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상환자 관련 제도 개선으로 보험금 누수가 컸던 부분들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본다"며 "올해 보험료 인상 요인이 없도록 차질없이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