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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정책+]매년 1조 적자 자동차보험③남겨진 과제는

  • 2021.02.15(월) 07:00

진료수가 명확치 않은 한방치료 보험금 누수 심각
자보 진료수가기준 개선, 세부심사지침 마련 과제
의료계 반발, 건강권 확보 사회적 합의 갈길 멀어

매년 떨어질 줄 모르고 오르는 자동차보험료 주범은 경미한 사고임에도 높은 합의금을 목적으로 과도하게 치료를 받는 경상환자가 늘고 있어서다. (관련기사 ☞ [보험정책+]매년 1조적자 자동차보험①올해는 바뀔까)

특히 양방에 비해 진료수가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한방진료에 경상환자 과잉치료가 집중되면서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진료수가가 명확하지 않고 비급여가 많은 한방병원 치료가 급증하면서 보험금 누수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자동차보험에서 한방진료비는 매년 20~30% 가량 급증하며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 증가를 이끌고 있다. 양방진료비가 2015년 1조1981억원에서 2019년 1조2573억원으로 4.9% 증가한데 반해 한방진료비는 같은 기간 3576억원에서 9569억원으로 167.6% 증가했다.

2020년 3분기에는 양방이 9299억원, 한방이 8051억원을 기록하며 양·한방 간 진료비 차이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양방이 2015년 77.0%에서 2020년 3분기 53.6%로 준데 반해 한방은 23.0%에서 46.4%로 증가했다. 과거에 비해 자동차사고로 한방병원을 찾는 환자가 절반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1인당 진료비 차이다. 자동차보험 상해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경상환자의 1인당 평균진료비는 2019년 기준 양방이 32만2000원인데 반해 한방은 이보다 2.4배 높은 76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2018년과 비교하면 양·한방 간 진료비 차이는 각각 2.1배, 2.2배에서 더 벌어지는 추세다.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1인당 진료비

SNS나 유투브 등에서 이를 악용해 골절이 없는 경상환자에게 양방보다 한방병원 치료비가 더 높아 합의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식의 내용들이 퍼지면서 과잉진료 확산을 부추기는 점도 문제다. 이로 인해 높아진 지급보험금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전체 자동차보험 계약자가 보험료 인상을 통해 지불해야 하는 악순환으로 귀결된다.

◇ 한방치료 진료수가기준 개선 등 과제

정부가 나서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치료비에 과실비율을 적용하는 등 경상환자 과잉진료를 막기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한방병원의 과도한 비급여 치료가 늘어날 경우 세어나가는 비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때문에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한방병원 과잉진료에 대한 대응방안이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관련기사 ☞ [보험정책+]매년 1조 적자 자동차보험②주범은 '나이롱 환자')

이에 손보협회는 올해 한방진료비 항목에 대한 자동차보험진료수가 기준 개선과 불분명한 수가기준에 대한 세부심사지침 마련 추진을 당국에 건의할 계획이다.

자동차보험은 비급여를 본인이 부담하는 건강보험과 달리 보험사가 국토부가 정한 자동차보험진료수가에 따라 급여와 비급여를 전부 보상한다. 문제는 복지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문성과 관련 인력이 부족한 국토부가 자동차보험진료수가 기준을 결정하다 보니 적시성 있고 적정한 수가기준 마련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 수가기준 결정 절차 비교

한 예로 건보 진료수가에서 양방 약제의 투여 대상 기준, 용량을 명확히 규정하고 범위 내에서 투여한 경우에만 요양급여를 인정하고 있는데 반해 자보 진료수가에서 한방 첩약은 '환자의 증상, 질병 정도에 따라 필요 적절하게 투여'하도록 돼 있다. 또 1회 처방 시 10일치를 처방할 수 있어 일괄적으로 10일치를 처방해 환자가 복용하지 않고 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침의 경우에도 투여횟수가 대상상병, 용량 등 기준이 없어 동일 상병에도 횟수나 기간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침, 부항, 추나 등을 동시에 시행하는 일명 세트치료 역시 관련 수가기준이 없어 과잉처방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는 자보진료수가의 세부심사지침 마련, 건보와 유사한 수준의 자보수가기준 결정절차와 기구 신설 등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자동차보험료 원가변동 지수 개발 등을 추진하고 심사관련 기구 신설 등을 당국에 적극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자보수가기준 기구 설립 내용을 담은 자동차배상보장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 의료계, 사회적 합의 도출 난제

다만 이 같은 사안들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동의와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영국 등 해외에서 경상환자에 대한 진단서 교부를 의무화하고 치료기간별 지급금액을 정액으로 제한하는 등 의료계와 합의를 통한 개선방안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국내는 아직까지 논의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수년전부터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을 지적해 왔지만 개선이 쉽지 않았다"라며 "환자의 건강권과 의사의 진료권이라는 큰 벽이 있고 아직까지 경상환자의 과잉진료를 정말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이는 인식전환이 크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장기간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진료권 침해를 두고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다 자칫 선량한 피해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어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때문에 보험업계와 당국이 합세해 제도개선에 나서고 있음에도 비관적 시선도 적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상환자 과잉진료 문제가 만연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도 "의료계 반발이 예상되고 시민사회 합의가 필요한 만큼 경상환자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계속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해 단기간 결과가 나오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 한방진료 관련해서도 전체 의료계에서 보면 양방에 비해 비중이 낮은 만큼 시장 성장을 억제하는 규제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당국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에서는 한방 문제가 심각하지만 의료계 전체로 보면 한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복지부 입장에서도 시장을 줄이는 규제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이번 자동차보험 개선방안 추진은 한방을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보험에서 불합리하게 과잉진료를 유인하는 제도적 허점이나 잘못된 부분들을 고쳐 전체적으로 과잉치료로 새어나가는 보험금을 줄이도록 제도화를 추진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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