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사진)의 뚝심이 결실을 맺고 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 효과가 부각되면서 역대 최대 순익을 거뒀고, 그간 강조해온 주주환원 정책 확대까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를 기반으로 KB금융지주는 올 한해 3조5000억원이 넘는 순익을 거두며 리딩금융그룹 자리 역시 수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는 22일 올해 2분기 1조2043억원의 순익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올해 1분기 벌어들인 1조2700억원을 합하면 상반기에만 2조4743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 같은기간에 견줘 44.0%나 늘었다. KB금융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창립 이후 처음으로 중간배당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주당 배당금은 750원으로 배당금총액은 2922억2575만원에 달한다.
KB국민은행, 맏형의 무게감
KB금융지주의 순익 중 절반가량은 맏형인 KB국민은행이 책임졌다. KB국민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익은 1조422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조2468억원보다 14.1%나 늘었다. KB금융지주 전체 실적의 절반 가까이를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책임진 셈이다.
KB국민은행의 실적 성장의 핵심은 균형이다. 순이자이익과 순수수료이익이 각각 12.9%, 10.1% 늘면서 고른 성장을 이어갔다.
이자이익은 효율적인 성장전략을 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올해 1분기 KB국민은행의 순이자마진은 1.56%였는데 2분기 역시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현재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는데도 2분기 NIM이 그대로라는 건 전체적인 여수신 자산의 조달가격을 재조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 역시 "올해 상반기 저원가성예금 증대를 통한 조달 부담 완화 노력과 수익성 중심의 대출 전략을 펼치며 지난해 말 1.51%였던 NIM이 개선 추세를 이어갔다"면서 "2분기에는 지난해 금리인하 영향이 반영되면서 가격을 재산정(Repricing)했다"라고 설명했다.
즉 이자비용이 적은 수신을 늘림과 동시에 이자로 벌어들일 수 있는 대출자산을 적극적으로 끌어올린 덕분에 지난해 금리인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순수수료이익의 고른 성장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신탁판매, 펀드판매 등 자산관리에 집중하며 해당 부분에서 순수수료 수익을 끌어올렸다. 은행업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은행권 최대 화두인 자산관리에 집중한 효과로 분석된다.
윤종규의 뚝심, 비은행 강화로
올해 KB금융의 실적 중 가장 도드라지는 대목은 비은행 계열사의 약진이다. 지난해 상반기 KB금융의 실적 중 70%가량은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책임졌다.
하지만 올해는 비은행 계열사들이 맏형의 짐을 나눠 짊어졌다. 올해 상반기 KB금융 비은행 계열사들의 순익은 1조517억원으로 전체 순익 중 45.2%를 책임졌다. 한해만에 금융지주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한 셈이다.
이런 변화는 M&A 전도사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뚝심이 반영된 결과다. 이미 대형 M&A를 통해 증권, 손해보험 등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윤 회장은 지난해 푸르덴셜생명 M&A를 마무리하면서 KB금융의 아픈 손가락이던 생명보험 부문을 대폭 강화했다.
올해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지주에 기여한 순익은 1924억원이다. 그간 반기 기준 100억원대에 불과하던 생명보험 부문 순익이 순식간에 20배 가까이 치솟은 셈이다.
재무적인 효과만 본 게 아니다. 푸르덴셜생명은 그룹 자산관리모델을 강화해 자산운용 경쟁력 확보로 이어졌다. KB금융은 은행PB-푸르덴셜생명LP-증권PB간 유기적인 협업이 가능한 자산관리모델 구축에 성공했다.
KB금융의 중추역할을 했던 KB증권과 KB국민카드 역시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에 힘을 보탰다. KB증권은 상반기 3744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지난해 상반기 1288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KB국민카드도 지난해 상반기 1638억원이던 순익을 올해는 2528억원까지 끌어올렸다.
KB금융 관계자는 "주식시장 호황과 함께 고객수탁고 증대 및 IB 비즈니스 확대 노력으로 KB증권의 순익이 크게 증가하며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면서 "KB국민카드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위축됐던 카드 이용이 늘면서 작년 상반기에 비해 순익이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윤종규의 마지막 과제, 주주환원 시작
KB금융은 이날 창립 이후 사상 처음으로 중간배당도 공식화했다. 배당 대상 주식은 3억8963만4335주로 주당 750원을 중간배당하기로 했다. 배당금 총액은 2922억원으로 금융지주 중간배당 규모 중 최대다.
윤종규 회장은 배당성향을 꾸준히 끌어올려 30% 이상의 배당성향을 약속했지만 코로나19의 영향과 금융당국의 권고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실제로 2018년 24.80%였던 KB금융의 배당성향은 2019년 26%로 올랐지만 지난해 20%로 다시 낮아졌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중간배당을 통해 분기별이나 반기별로 안정적인 배당을 하겠다"라고 약속한 윤 회장이 대규모 중간배당을 통해 이 약속을 지킨 셈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금융권 최고 수준의 자본 적정성과 견조한 이익체력을 바탕으로 주주들에게 보다 안정적이고 유연한 현금흐름을 제공하기 위해 중간배당을 결의했다"며 "앞으로도 효율적인 자본활용과 다양한 주주환원 방안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해 주주가치를 증대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