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임원들이 상장 초반 잇따라 대규모 매도에 나서며 일찌감치 상장 차익을 두둑이 챙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카카오뱅크 주가는 약세장에서 승승장구하며 카뱅 임원들의 평균 매도 단가를 훌쩍 웃돌고 있다. 임원들마다 처분 단가도 달라 전반적인 잭팟 분위기 속에서도 다소 희비가 갈리는 양상이다.
17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지난 13일 카카오뱅크 임원들은 나란히 주식 매도 공시를 했다. 정규돈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카뱅 상장 후 3거래일만인 지난 10일 보통주 10만6000주를 6만2336원에 매도했다.
스톡옵션 행사 가격 5000원을 감안할 때 주식 매도에 따른 차익은 60억원에 이른다. 카뱅 상장 당시 11만7234주의 보통주를 보유한 정규돈 CTO는 대부분의 주식을 팔고 1만1234주를 남겨놨다.
이형주 최고비즈니스책임자 역시 지난 6일 보유주식 8만2289주가 신규 상장했고 이를 지난 10일 전량 매도했다. 처분단가는 5만8662원으로 매도 차익만 44억원에 이른다.
류호석 내부감사책임자의 경우 3만5395주 가운데 2만5395주는 지난 10일 6만8709원에 매도했고 11일 5000주를 8만6500원에 매도한 후 5000주만 남겨놨다.
신희철 최고인사책임자는 3만6489주 가운데 2만6489주를 지난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팔았는데 각각의 처분물량과 단가는 11일 1만1489주, 8만8459원, 12일 1만5000주, 8만4000원으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김석 위험관리최고책임자는 지난 6일 현재 보유한 6만3775주를 그대로 유지하며 차익실현에 나서지 않았다. 고정희 최고서비스책임자도 8만1621주를 계속 보유하고 있다. 임직원 가운데 보유주식 규모가 52만주로 압도적인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와 40만주를 보유한 김주원 카카오 부회장도 매도에 나서지 않은 상태다.
일부 주요 임원들과 함께 카카오뱅크 직원들의 차익실현도 활발했을 전망이다. 카카오뱅크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임직원들에 부여된 스톡옵션은 520만 주로 이 가운데 199만7200주가 행사됐고 퇴사 등으로 취소된 수량을 제외할 때 267만2800주가 미행사 상태였다.
보유주식 매도 단가가 제각각인 가운데 이미 매도에 나선 임원들의 경우 고평가 논란을 의식해 최근 주가를 고점으로 보고 일찌감치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주가는 되레 더 오르면서 매도 평균 단가가 5~6만원대에 그친 정규돈 CTO와 이형주 최고비즈니스책임자는 추가 수익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이날 오후 2시를 넘어선 현재 전일 대비 11% 이상 오르며 8만5000원대에서 거래되며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직후 5만1000원까지 밀렸지만 데뷔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지난 9일 장중 8만91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최근 7거래일간 주가가 빠진 날은 10일과 12일 이틀에 불과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도 8만원대를 유지한다면 최고가 행진이 이어지는 셈인데 고평가 우려에도 승승장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은행보다는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성장성이 부각하며 상장 첫날 기존 금융주 1위였던 KB금융을 앞지른 상태다. 하지만 이미 증권가가 제시한 기업가치와 목표 주가를 넘어선데다 향후 견고한 성장성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으로 지목되고 있다.
마침 이날 카카오뱅크는 올 2분기 및 반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으로 추가 상승 동력을 제공할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