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다. 거래 시작과 동시에 금융주 1위 자리를 가볍게 꿰차며 그간의 고평가 논란을 단번에 불식시키는 모습이다.
다만 일각에서 기대했던 '따상' 기록에는 실패했다. 시장에서는 은행보다는 금융 플랫폼으로서 가치를 더 인정했지만 실제 성장성 입증과 단기 차익 매물 출회 등이 주가 흐름의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6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카카오뱅크는 공모가(3만9000원) 대비 37.7% 상승한 5만3700원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장초반 매물이 출회되며 5만1000원까지 밀렸지만 이내 반등을 시도하며 장중 한때 6만8000원까지 뛰어올랐다. 오전 11시를 넘은 현재 17% 이상 오른 6만3000원대를 기록 중이다.
현재까지 장중 최대 오름폭은 26.6%로 공모가 대비 두 배에서 장을 시작해 상한가까지 오르는 '따상'에는 못미쳤다. 하지만 시가총액이 30조원을 훌쩍 웃돌면서 시총 10위권에 근접, 단번에 금융 대장주로 등극했다.
종전 금융주 시가총액 1,2위였던 KB금융과 신한지주는 20조~21조원 안팎으로 코스피 전체 시총20, 21위를 나란히 기록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장중 최저가 5만1000원을 기준으로 한 시총이 24조원을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상장과 동시에 주요 금융지주들과 단번에 어깨를 나란히 한 셈이다.
최근 상반기 실적 호조와 중간배당 확대 등 호재가 잇따랐음에도 금융지주들 주가가 주춤한 터라 거래 첫 날부터 '넘사벽'이 된 카카오뱅크의 비상은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장중 30조원까지 오른 시총 규모는 기존 금융지주들이 근 10년 간 직전 최고 시총(28조원대, 종가 기준) 기준으로 밟아보지 못한 영역이다.
특히 그간 은행과 금융플랫폼 사이에서 기업가치를 놓고 논란이 오갔지만 시장은 은행보다 잠재적인 성장성이 높은 금융 플랫폼이라는 데 손을 들어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카카오뱅크를 플랫폼으로 가정하더라도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가가 4만원대가 많았고 카카오뱅크의 기업공개(IPO) 간담회 직후 가장 가치를 높게 평가했던 SK증권 역시 상장 후 시가총액 예상치를 31조원으로 제시하면서 거의 근접한 상태다.
플랫폼으로서의 가치에 무게를 둔 증권사들 역시 향후 카카오뱅크가 플랫폼 성장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만큼 현 수준에서 주가 향배도 관심이다.
SK증권은 타 은행 대비 월등히 높은 주가순자산비율(BPR)이 정당화되려면 고객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신용위험 평가 능력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키움증권도 "플랫폼 가치가 향후 주가의 변수가 될 것"이라며 다양한 수익원 확보와 연계 대출 서비스 성공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향후 단기 차익실현에 따른 매물 출회 여부도 또 다른 변수로 지목된다. 카카오뱅크의 기관 배정 물량은 전체 공모 주식의 55%인 3602만1030주로 의무보유확약을 걸지 않은 미확약 물량이 40.18%에 달한다.
이 중 외국 기관투자자들의 미확약 물량만 72.64%(1309만8250주)로 외국인 매도 폭탄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지난 5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 역시 상장 첫날 공모가의 2배에서 시초가가 형성됐지만 외국인들의 매물이 출회되면서 큰 폭으로 하락 마감한 바 있다.
다만 카카오뱅크의 경우 시가총액 50위안에 넉넉히 들며 코스피200 지수에 조기 편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고 MSCI와 FTSE 지수 특례편입도 무난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이에 따른 기관 매수세가 향후 매물 출회를 방어해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