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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뱅크'보다 중요한 건 '카카오'였다

  • 2021.08.16(월) 10:00

고평가 논란 무색한 상승랠리
'은행 아닌 플랫폼'으로 인식

'Price Dream Ratio(PDR)'. 

우리말로 풀면 '주가 꿈 비율'로 해석되는 용어로, 주가에 반영된 성장 기대감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PDR은 최근 증시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말이 됐다. 주식의 가치를 판단하는 전통적 수단인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로는 설명할 수 없는 종목의 주가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특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플랫폼 기업의 주가는 PDR을 빼놓고는 논할 수 없다. 

얼마 전 국내 시장에 상장한 카카오뱅크 역시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괴물 신인'의 등장이다. 상장 전 고평가 논란을 비웃기라도 하듯 증시 입성 일주일이 지나도록 공모가의 2배에 가까운 가격으로 시가총액 10위권에 안착했다. 아직까지 시중은행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낮은 수준의 실적을 보여준 카카오뱅크의 주가를 설명할 수 있는 건 'PDR' 뿐이다. 

카카오뱅크? 당연히 은행주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첫 날인 지난 6일 6만9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비록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로 마감)은 아니었지만 공모가인 3만9000원보다 37.7% 높은 5만37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까지 오르면서 공모가 대비 79% 상승한 가격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33조원을 넘어서며 단숨에 금융 대장주 자리를 차지했다.

문제는 카카오뱅크의 실적이 기존 은행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기존 금융주 시가총액 1위였던 KB금융은 지난해 3조5023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2위였던 신한지주는 3조4981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에 비해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순이익은 1136억원 규모로 두 금융지주의 순이익과 비교해 3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증권업계에서는 상장 전부터 카카오뱅크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일었다. 카카오뱅크를 '은행'과 '플랫폼' 중 무엇으로 분류할지가 논란의 요지였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카카오뱅크를 은행으로 규정했다.

일반 공모 청약 첫날인 지난달 26일 '카카오뱅크는 은행이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낸 BNK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2만4000원으로 제시하고 매도 의견을 제시해 당시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BNK투자증권 외에도 유안타증권은 '플랫폼이기 전에 은행이다', IBK투자증권은 '연목구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카카오뱅크를 은행으로 규정했다.

은행 아닌 플랫폼…시장이 정답이다

그러나 시장은 카카오뱅크를 꿈에 투자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인식한 모습이다. 상장 후 매수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지난 13일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7만6600원으로 마감하며 시가총액 36조3927억원을 기록했다. 상장 후 일주일 동안 주가가 오히려 상승하며 상장 전 일었던 공모가 고평가 논란을 잠재웠다. 시가총액 36조원은 기존 금융주 중 1, 2위인 KB금융과 신한지주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과도 크게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특히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적어 상장 직후 매도 물량을 쏟아낼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6거래일 중 5거래일 간 순매수를 기록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가치는 은행주로서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시장에서 은행업 이상의 성장과 수익원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뱅크에 대한 매수세는 주요 지수 편입으로 인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뱅크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조기 편입이 확정된데다 코스피 200 편입 역시 확실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수에 편입되는 종목은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의 자금이 흘러들어오면서 주가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예상과 달리 상승 랠리가 이어지면서 증권업계는 카카오뱅크 분석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상장한 뒤 나온 기업 분석 보고서는 단 1건에 불과하다. 기존 은행과 같은 기준으로 시도했던 분석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면서 기업 가치를 평가할 기준이 마땅찮은 탓으로 보인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아직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며 "시간이 흘러 기대감이 현실화되면 그에 따라 시장이 다시 가치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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