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의 열풍이 올해도 계속되면서 이들 공모주를 담은 공모주 펀드도 덩달아 인기몰이 중이다. 최근 혼조세를 보이는 증시와 대조적으로 펀드 성과 역시 쏠쏠해 눈길을 끈다.
올해 공모주 펀드로 4조 유입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국내 142개 공모주 펀드 설정액은 7조3261억원. 올 들어서만 무려 4조2192억원이 늘어났다. 코스닥벤처펀드(19개) 설정액도 3038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SK바이오팜과 하이브(구 빅히트) 등이 상장 이후 역사적인 흥행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 카카오뱅크 등 대어급 IPO가 줄줄이 진행되면서 이들 기업의 공모주 우선배정권을 가진 공모주 펀드에 간접 투자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공모주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우리사주 조합원과 일반청약자에게 각각 20%를 배정하고, 나머지 60%를 기관투자가에게 배정한다. 펀드는 집합투자기구로 기관투자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공모주펀드는 개인투자자 대비 공모주 우선 배정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증시 혼조세에도 수익 '쏠쏠'
수익률도 쏠쏠한 편이다. 지난 23일 기준 공모주 펀드와 코스닥벤처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6.01%. 8.51%를 기록했다. 올 들어 증시가 등락을 반복하며 혼조세를 보였음에도 선방한 모습이다. 실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은 공모주 펀드의 절반 수준인 3.36%에 그쳤다.
공모주 펀드의 1년과 3년, 5년 수익률은 각각 12.5%, 20.4%, 26%로 장기간 투자에도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성과를 기준으로 개별 공모주 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베트남고배당IPO펀드'가 29%의 수익률로 성적이 가장 뛰어나다.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베트남IPO펀드'가 21%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들 펀드는 국내·베트남 채권 및 베트남관련 공모주 등에 투자하는 펀드로 올해 베트남 증시 활황 효과를 간접적으로 누렸다.
국내 공모주 펀드 중에선 브레인자산운용의 '브레인코스닥벤처펀드'와 메리츠자산운용의 '메리츠세이프밸런스펀드'가 각각 19%, 17%의 수익률을 냈다.
올 하반기에도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페이,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중공업 등 대어급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모주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시 상승과 대어급 기업들의 등장으로 공모주 펀드의 수익률이 양호해졌다"며 "자금 유입이 강해지면서 기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소프트클로징(일시적 판매중단)을 하는 공모주 펀드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하반기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야놀자, 쏘카 등의 유니콘 기업들도 상장을 계획하는 등 공모주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공모주 펀드 훈풍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모주펀드 잘 골라서 투자하세요
증시 전문가들은 다만 공모주 펀드는 종류가 다양한 만큼 투자 성향에 적합한 펀드를 잘 선택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모주 펀드는 기초자산의 비중에 따라 △일반 공모주 펀드 △하이일드펀드 △코스닥벤처펀드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일반 공모주 펀드는 펀드 자산의 10~30%는 공모주를 담고 나머지는 국채나 우량 회사채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하이일드펀드는 전체 자산의 45% 이상을 신용등급 'BBB+' 이하 하이일드 채권과 코넥스에 상장된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로 공모주 물량 5%를 우선 배정받는다.
코스닥벤처펀드는 벤처기업 또는 벤처기업에서 해제된 지 7년 미만의 코스닥 상장사 주식 등에 50%를 투자하는 펀드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코스닥 공모주에 대해 30%의 우선 배정 혜택을 받는 반면 코스피 공모주에 대한 우선 배정 혜택은 없다.
오광영 연구원은 "공모주 펀드는 펀드마다 공모주 투자 전략이 상이하고 다양한 투자 전략으로 운용되므로 사전에 투자하는 펀드가 어떤 운용 전략으로 운용되는지 현재 보유 종목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투자자들은 공모주 펀드 투자 시 어떤 공모주의 수혜를 누릴 것인지 잘 판단해서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며 "앞서 코스피에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주가 상승 수혜를 노린 투자자라면 코스닥벤처펀드가 아닌 일반 공모주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