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힌 카카오페이가 시장의 기대에 걸맞게 기관투자자 수요예측과 일반 공모청약에서 흥행에 성공했지만 침체된 공모시장의 투자심리 회복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새내기 종목들에 투자하는 공모주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계속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신규 상장 종목의 주가 부진과 증시를 둘러싼 각종 변수 등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공모주 펀드의 투자 매력은 여전하다며 관심을 놓지 말라는 견해다.
카카오페이 흥행 속 공모주는 '부진'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5~26일 진행된 카카오페이의 일반 공모청약에는 182만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몰려 30대 1에 가까운 최종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실시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714대 1의 역대급 경쟁률을 보이며 이미 흥행은 예고됐었다.
올해 마지막 대어급 공모주로 평가받는 카카오페이가 공모주 시장 분위기 반전에 시동을 걸었지만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이기에는 힘이 부쳐 보인다. 최근 증시에 데뷔한 새내기주들의 주가 등락률이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는 종목들이 상당수다.
지난 7월 이후 증시에 입성한 종목 가운데 데뷔 첫날 상한가로 마감한 종목은 얼마 전 상장한 지아이텍을 비롯해 일진하이솔루스, 브레인즈컴퍼니 등 총 6개 종목이다.
반면 하한가를 기록한 채 장을 끝낸 씨유테크, 딥노이드 등 2개 종목을 포함해 아스플로, [실리콘투], 한컴라이프케어, 바이젠셀, 원준, 엠로, 큐라클 등 총 9개 종목은 증시에 첫 선을 보인 날 10% 넘게 급락했다. 이 중 아스플로, 원준, 엠로, 큐라클을 제외하면 지금도 5개 종목이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사실상 '상장=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로 마감)' 공식이 깨진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새내기주들의 부진에 대해 대내외 증시 환경이 여의치 않았던 탓이 가장 크다고 판단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상장한 종목들의 주가 부진은 증시를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적인 환경과 연관성이 깊을 수밖에 없다"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같은 유동성 축소 기류, 기업 가치 책정에 부정적인 증시 조정 국면 등이 새내기 종목들의 주가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공모주 펀드도 울상
증시 입성 후 쓴맛을 보는 상장 종목들이 늘면서 공모주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때 공모주 투자 열기가 정점에 오르면서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률 보호를 위해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하는 펀드들이 속출하기도 했지만 최근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며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설정액 10억원 이상 143개 공모주 펀드로 올 들어 지금껏 4조원 이상의 뭉칫돈이 몰렸다. 이는 지난해 전체 유입액을 넘어서는 수치다. 하지만 최근 한 달만 놓고 보면 오히려 2000억원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대부분의 펀드가 마이너스(-) 성과를 내면서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는 것이다. 펀드 크기에 상관없이 일정 비율 이상 공모주에 투자하는 459개 펀드 가운데 한 달간 수익이 없거나 손실을 내고 있는 펀드는 총 390개로 전체의 3분의 2가 넘는다.
여기에는 공모주 펀드 가운데 중대형 상품에 속하는 순자산 규모 1000억원 이상의 펀드도 12개가 포함돼 있다. 한 달 수익률에선 에셋원자산운용에서 1년 전 내놓은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증권투자신탁4[주식혼합-파생형]A'가 –3.21%로 가장 부진하다.
자산운용업계는 앞서 공모주 시장 활황과 함께 공모주 펀드들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던 사례를 들며 근래 나타나는 자금 유출은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성장세가 둔화됐을 뿐 현 시점에서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다.
업계 전문가들은 공모주 펀드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기관투자자 몫으로 배정되는 공모주 청약 물량이 일반투자자 물량보다 훨씬 많은 만큼 물량 확보 측면에서 유리한데다 올해 상장을 연기한 기업들이 내년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큰 만큼 투자 매력이 여전하다는 설명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공모주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개별 종목들의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며 "올해 상장을 연기한 기업들의 재시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공모주 펀드에 대한 투자심리는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