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 증시 입성을 앞두고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코스피 기업공개(IPO) 수요예측 역사상 최고 경쟁률을 쓴 가운데, 투자자예탁금이 빠르게 유입되는 등 증시 대기자금이 급증하면서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3일 기준 64조954억원으로 연초 이후 계속 60조원 중반대를 기록중이다. 지난달말 60조원 초반대까지 쪼그라들었던 증시 대기자금이 최근 다시 증가한 것이다.
단기자금으로 언제든 증시에 유입될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64조9620억원으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증시에 대기중인 자금이 많아진 것은 오는 27일 코스피에 상장하는 LG에너지솔루션에 투자하기 위한 '동학개미'들의 유입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1일과 12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이 경쟁률 2000대 1을 넘어서면서 공모가격이 상단에서 확정되는 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모주 투자 인기가 높았던 지난해에도 IPO 대어의 공모 청약을 앞두고 투자자예탁금이 급격하게 확대된 바 있다.
국내 증시 청약 사상 최대 증거금(80조9017억원)을 끌어모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경우 청약 첫날인 작년 4월 28일 투자자예탁금이 73조5958원까지 급증했었다. 또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청약 첫날 68조996억원, 카카오뱅크는 71조6646억원까지 불어났다.
최근 국내 증시가 침체돼 투자심리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LG에너지솔루션이 구원타자로 등판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일단 LG에너지솔루션은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희망밴드(27만5000원~30만원) 상단인 30만원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공모 금액은 12조7500억원으로 2010년 삼성생명(4조8000억원) 이후 최대가 될 전망이다.
시가총액 또한 상단 기준 70조2000억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코스피 3위 수준이다. 현재 증권가는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시총을 100조원 내외로 책정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101조원, SK증권은 100조원을 제시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흥행한 만큼 일반투자자 공모 청약 경쟁률도 높을 전망"이라며 "청약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은 미리 현금을 쌓아 두면서 대비하기 때문에 대어급 IPO 직전까지 예탁금이 불어나고, 청약 일정 이후에는 이중 일부 자금이 재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지수 및 코스피200 조기 편입 가능성이 높아 해당 지수를 벤치마킹하는 패시브 펀드들의 매입 수요도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같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쏠림은 전체 수급면에서는 단기적 부담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른 대형주들을 매도한 자금으로 청약에 참여하거나 상장이후 매수에 나서는 사례들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총 70조원을 가정해도 코스피 전체의 3%가 넘는 수준이기 때문에 전체 수급상으로는 단기 부담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