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상장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막판까지 기업가치를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은행과 금융 플랫폼 사이에서의 가치 괴리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지만 플랫폼으로 바라볼 경우에도 공모가 대비 15~25% 선의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상장 첫날 주가 추이에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기관과 일반 청약에서 잇따라 대흥행을 기록했지만 증권가를 중심으로 기존 은행업 관점에서 고평가됐다는 분석이 상장 막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IBK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의 기업 가치가 경쟁사 대비 고평가됐다"며 "추세적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IBK투자증권은 기존의 보수적인 시각처럼 은행업 관점에서 카카오뱅크를 바라봤다. 현재 국내 은행주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이 각각 0.44배와 5.0배인데 카카오뱅크는 공모가 기준 PBR이 3.7배, PER은 56배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유안타증권과 메리츠증권 등 여러 증권사들도 비슷한 논리를 제시했다.
특히 플랫폼 비중이 향후 높아지면서 성과를 내더라도 현 PER 수준에 선반영됐기 때문에 상장 직후 수급 등을 이유로 주가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수 있지만 추세적으로 오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BNK투자증권은 아예 카카오뱅크에 대해 목표가 2만4000원과 함께 '매도'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기대감이 이미 선반영됐고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시장 예상치를 넘어서는 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해야 하는데 단기적으로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플랫폼으로서 카카오뱅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곳도 꾸준히 맞서고 있다. 전날(4일) NH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공모가가 은행업 관점에서 고평가됐다면서도 플랫폼 관점에서는 현 공모가보다 기업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했다.
은행업 관점의 적정가치는 9조9000억원 수준으로 적정 주가를 2만원대 초반으로 책정한 반면, 금융 플랫폼 관점에서 본 기업가치는 23조2000억원으로 주당 가격이 4만8590원으로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NH투자증권은 금융 플랫폼에 가깝다고 판단되는 국내외 5개 기업인 스퀘어, 페이팔, 로빈후드, 동방재부, 비바리퍼블리카의 시가총액에 월간활성사용자수(MAU)를 나눠 MAU 1인당 가치를 멀티플로 활용했다. 카카오뱅크 앱의 2분기 평균 MAU가 1037만명인 것에 기반해 적정 기업가치를 23조2000억원으로 산출한 것이다.
다만, "두 가지 관점에서 산정한 기업가치 평균은 16조6000억원으로 적정주가는 기존 공모가 밴드 하단(3만3000원) 수준인 주당 3만469원까지 낮아지게 된다"며 "플랫폼 성과에 따라 가중치가 달라질 것"으로 봤다.
5일 보고서를 낸 교보증권은 카카오뱅크의 금융 플랫폼 확장성은 이제 시작이라며 목표가를 주당 4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주당순자산가치(PBS) 1만1622원에 과거 디지털금융이 받았던 가치인 PBR 4배를 반영한 결과다.
교보증권 역시 카카오뱅크의 가치평가 방식과 비중을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면서도 결론적으로 금융 플랫폼의 확장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혁신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보여준 성장성과 가능성이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같은 날 "카카오뱅크의 우수한 플랫폼 가치와 전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혁신적 사업 모델을 고려할 때 기존 은행과 단순히 밸류에이션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플랫폼을 활용한 수수료 수입의 높은 증가율을 고려할 때 PBR 밸류에이션 하단을 10배 내외라고 판단했다.
다만 정부 규제가 많은 금융 영역으로 한정된 만큼 글로벌 금융서비스와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고 정부 규제 강화 시 은행 밸류에이션 적용을 받기 시작한다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카카오뱅크가 은행업 특성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데다 은행보다는 플랫폼에 무게를 두더라도 당장 공모가 대비 15~25% 선의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면서 6일 상장 첫날 카카오뱅크 주가 추이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마감하는 '따상'을 기록할 경우 주가가 10만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30%만 오르더라도 5만원을 웃돌며 증권사들의 최대 추정 가치 및 주당 목표가격을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공교롭게 앞서 NH투자증권이 비교회사로 언급한 금융 플랫폼 기업인 로빈후드의 경우 지난주 뉴욕 증시에 상장한 후 급락하며 초라한 데뷔전을 치렀지만 밤사이 50% 폭등하며 굴욕을 일부 만회한 상태다.
한편, 전날(4일) 한국거래소는 카카오뱅크 주권이 코스피에 상장된다고 밝혔다. 종목명은 카카오뱅크, 종목코드는 A323410이다. 카카오뱅크의 총 상장주식수는 4억7519만237주, 공모주식 수는 6545만주로 100% 모집이 완료됐다. 공모가 3만9000원 기준 시가총액은 18조5289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