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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선 메리츠화재]②질적 성장론 도돌이표 안되려면

  • 2021.11.19(금) 11:30

장기신계약 감소와 영업익 개선 손해율엔 악재
공격영업과 질적성장 보조 잘 맞추느냐가 관건

조직 단순화와 비용절감, 높은 수수료와 성과주의 제도 도입으로 급성장하며 보험권 메기로 자리 잡은 메리츠화재가 갈림길에 섰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향후 질적 성장 전환 포부를 밝혔으나 매출이 감소하자 다시 원래의 공격적인 영업전략으로 회귀하고 있어서다.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 전환의 갈림길에 선 메리츠화재의 현 상황을 짚어본다. [편집자]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은 지난 7월 '2024년 업게 1위, 당기순이익 1조5000억원 달성'을 향후 3년간 중기 경영목표로 내놨다. 3년 만에 부동의 업계 1위인 삼성화재를 뛰어넘겠다는 포부다. 

김 부회장의 발언은 올해 초 내세운 질적 성장 목표와는 궤를 달리한다. 메리츠화재는 실제로 손해율 감소를 통한 수익성 개선 목표엔 일단 쉼표를 찍고, 이달 들어 보험료 인하와 함께 인수 기준을 낮추는 등 과거의 공격 경영 행보에 다시 나서고 있다 ▷관련기사 : [갈림길 선 메리츠화재]①흔들리는 김용범식 질적 성장론(11월17일)

질적 성장 전환 마무리했나 

그렇다면 메리츠화재가 궤도를 수정한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매출 증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언더라이팅(인수심사) 강화 등으로 (3분기) 보장성 인(人)보험 신계약이 전분기 대비 22% 감소했다"면서 "최근 보험료 인하에 나섰는데 장기 원수보험료 증가율이 경쟁 국면 이후 최초로 10% 아래로 떨어졌고, 신계약 감소에 따른 이연신계약비 한도 축소 우려 등으로 추가적인 매출 증대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손해율을 낮춰 질적 성장을 이루려면 감내해야 할 부분들인데 매출 감소가 성장동력을 꺼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손해율 하락을 위해 언더라이팅을 강화하면서 장기 보장성 인보험 신계약 규모가 크게 줄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지난해 3분기 353억원, 4분기 388억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던 신계약 규모는 올해 1분기 328억원, 2분기 332억원에 이어 3분기엔 26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7%나 줄어든 수치다. 설계사 수 감소 시기와도 맞아떨어진다. 

신계약 감소는 앞서 보험영업이익 개선을 통해 이미 시그널이 전해진 바 있다. 

보험영업익 흑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메리츠발(發) 영업 과열경쟁이 정점에 달했던 2019년 메리츠화재는 9190억원에 달하는 보험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손해율을 낮추고 사업비 감축을 추진하기 시작한 지난해에도 3940억원의 보험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뿐 아니라 대부분 보험사들은 보험영업에서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초기 사업비가 많은 장기보험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장기보험은 매출이 늘수록 보험영업 손실이 커지는 구조다. 메리츠화재는 장기보험 비중이 85%를 웃돌아 보험영업 지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메리츠화재는 그동안 공격적인 영업에 따른 보험영업손실을 채권매각을 통한 처분이익으로 메꿔왔다. 2019년에는 6000억원 넘게, 지난해에도 상반기에만 2500억원이 넘는 채권 처분이익을 반영해 영업손실을 방어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하지만 올해는 채권 처분이익 없이도 보험영업이익 지표가 크게 좋아졌다. 분기당 천억원대에 달하던 손실이 올해 1분기엔 290억원, 2분기엔 20억원 규모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1분기 1820억원의 손실과 비교하면 6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3분기에는 설계사 수 감소와 맞물려 60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무려 10년 만의 흑자 전환이다.  

장기보험은 매출이 늘수록 손실이 커지는 만큼 흑자 전환이 좋은 신호만은 아니다. 신계약 규모가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장기 신계약 줄면 손해율에도 악재 

이에 따라 메리츠화재도 부랴부랴 궤도 수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손해율을 잡으려다 장기적인 성장동력마저 무너지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계약이 계속 감소하면 김 부회장이 질적 성장의 궁극적인 목표로 내걸었던 손해율 개선에도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꾸준히 신계약이 유입되면 기존 보유계약들의 손해율을 희석할 수 있는데 신규 계약이 줄면 이런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출이 담보되지 않으면 보유계약 손해율 개선이 사실상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장기보험의 위험손해율은 2019년 말 95.1%에서 지난 3분기 94.1%로 소폭 개선되는 데 그쳤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이런 상황에서 장기계약 매출이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고 판단했다면 다시금 공격 영업 행보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보험영업이 플러스로 돌아선다는 것은 현 회계제도에서는 보험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보험상품을 많이 못 팔면 (신계약비가 줄어) 사업 비율이 좋아지면서 보험영업이익이 개선되지만 이는 손해율 개선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의 공격 영업 행보는 당장 손해율로 환산할 수 없고 3~4년 뒤를 조망해야 한다"면서 "메리츠화재도 이미 경험한 바가 있는 만큼 과거의 경쟁 국면까지 치닫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메리츠화재도 신계약의 절대적인 양보다는 우량 신계약 유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장기보험은 첫해 이후 몇년간 손해율이 상승하기 때문에 신계약 규모로 인한 희석보다 1차년도 손해율의 절대 수준이 더 중요하다"면서 "신계약의 양보다는 질적으로 우수한 신계약의 유입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보험은 기간이 길어 장기간 손해율 추정이 쉽지 않은 데다 최근 손해율 상승 가능성이 높은 유사암 보장금액을 일반암의 두 배로 늘리는 등 인수 기준을 완화한 만큼 기대만큼 우수한 신계약 유입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2023년 보험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과도한 성장을 위한 후유증이 호되게 돌아올 수도 있다. 현재 결정들이 앞으로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가르는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다.  

결국 최근 공격영업 전환이 김 부회장이 내세운 질적성장론과 얼마나 보조를 잘 맞추느냐가 메리츠화재의 지속가능한 성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전문가는 "메리츠화재는 이제까지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온 사실은 모두 인정하고 있고, 중하위사들이 이 행보를 따라가는 모습도 보인다"면서 "성장 동력이 주춤해 보일지라도 질적 성장을 이루려면 계단식 성장의 시기를 거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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