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 하나금융이 잠시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하나금융이 축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금융사가 축구팬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은 이례적인데요.
바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최고 클럽 중 하나인 첼시 인수에 하나금융이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자금조달 역할로 첼시 인수 도전
첼시는 유럽 축구 톱10에 들어가는 세계 최고 클럽 중 하나인데요. 구단주였던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시장에 매물로 등장, 세계 축구계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러시아 석유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그동안 첼시에 선수 영입 등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많은 애정을 쏟았는데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푸틴의 측근인 아브라모비치에게까지 경제 제재가 가해지자 구단을 매각하게 된 상황입니다.
지난 18일 영국 현지 언론을 통해 하나금융이 첼시 인수전에 참여하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엄밀히 보면 하나금융 그룹차원 참여는 아니고 증권사인 하나금융투자가 참여 주체입니다.
영국 부동산 개발업자인 닉 캔디가 첼시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데,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인 C&P 스포츠와 하나금융투자가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이죠. 최근에는 하나금융투자외 다른 국내 금융사도 참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닉 캔디 컨소시엄은 첼시 인수를 위한 입찰가로 20억 파운드(약 3조2153억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인수 금액이 큰 만큼 컨소시엄은 다양한 금융수단을 동원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하나금융투자는 자금 조달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하나금융투자가 참여한 컨소시엄은 첼시 인수전에서 미국의 억만장자들에게 밀려 최종 후보에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첼시 주인 됐다면 기대효과는?
하나금융투자가 첼시 인수를 위한 닉 캔디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은 일단 IB사업 일환입니다. 증권사는 기업 M&A(인수‧합병) 중개나 주선, 프로젝트 금융 등을 포함한 기업금융(IB, Investment Bank)도 주요 사업 분야중 하나인데요.
기업 M&A에 참여해 자문 업무를 하거나 직접 인수에 참여해 추후 비싼 가격에 되파는 것도 IB업무 일환입니다. 첼시를 인수해 지금보다 구단 가치를 더 키워 매각하게 된다면 엄청난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죠.
이뿐 아니라 첼시의 주인이 된다면 스포츠 마케팅 효과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과거 2000년대 중반 첼시의 스폰서였던 삼성전자는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거둔 바 있는데요. 당시 첼시 선수들 유니폼 가슴에 새겨진 '삼성' 로고가 축구팬들 머릿속에는 아직도 생생합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첼시 후원을 시작한 2005년 6월 이후 유럽 매출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후원 막바지 기간인 2011년 기준 삼성전자 유럽 매출은 2005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요.
하나금융 역시 이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전 세계에 하나금융 브랜드를 알려 대외신인도를 높일 수 있어서죠.
특히 하나금융뿐 아니라 국내 금융사들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해외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이중에서도 동남아시아가 중요한 시장입니다.
동남아시아에서의 프리미어리그 인기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데요. 그런 만큼 하나금융투자가 첼시 주인이 됐다면 하나금융 그룹 차원에서 동남아 시장 공략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나금융의 경우 현재 215개의 해외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인도네시아(65)와 미얀마(75)에 가장 많은 지점을 냈습니다. 이를 포함한 동남아 지역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죠.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투자의 컨소시엄 참여는 IB 부서 중심으로 단순히 자금조달 역할을 하기 위한 것으로 안다"며 "실제 인수에 성공했다면 상업적 마케팅 효과를 검토하는 과정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하네요.
아쉽게도 이번 첼시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축구에 대한 하나금융의 관심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하나금융이 글로벌 축구팀을 인수하는 날이 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