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지난 1분기(1~3월) 9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 함영주 회장 취임 직후 받은 첫 성적표로, 1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선제적인 대손충당금 적립과 은행, 카드사의 특별퇴직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이자이익의 견조한 성장과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뒤를 든든히 받쳤다.
문제는 하나은행을 제외한 주요 계열사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은행과 증권 중심의 성장 엔진을 완성하고, 카드·캐피탈·보험 등 비은행 부분을 주력 계열사로 키우겠다"고 공언한 함 회장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대목이다.
함영주 회장 받아든 첫 성적표
하나금융은 22일 올 1분기 연결 당기순이익 9022억원을 시현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8.0%(666억원) 증가한 수치이자, 1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지난 3월 취임한 함 회장이 받은 첫 번째 성적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호실적의 배경은 그룹의 핵심이익(이자이익+수수료이익) 개선과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다. 먼저 하나금융 전체 이자이익(2조203억원)과 수수료이익(4535억원)을 합한 핵심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2.9%(2820억원) 증가한 2조4737억원을 기록했다. 5개 분기 연속 증가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중소기업 중심의 대출자산 증대와 외환 및 기업금융(IB) 관련 수수료 이익이 증가한 결과"라고 말했다.
여기에 매매·평가익이 전년동기 대비 93.4%(981억원) 증가한 2031억원으로 집계됐다. 외환매매익과 비은행 관계사의 수익증권 평가이익 향상에 따른 것이다. 다각화된 수익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했다는 게 하나금융의 설명이다. 그룹의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71%다. 전년동기(1.61%)와 비교하면 0.1%포인트 개선됐지만, 전분기와는 같다.
하나금융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적립했다. 1분기 중 충당금 등 전입액은 170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2.4%(715억원)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금융권은 하나은행과 하나카드의 특별퇴직으로 약 1700억~1800억원의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산한다. 다수의 일회성 비용 부담이 컸지만 견조한 수익이 이를 상쇄하면서 전체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
주요 경영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69%, 총자산이익률(ROA)은 0.72%로 나타났다. 1분기 말 기준 신탁자산 154조4053억원을 포함한 그룹의 총자산은 684조9586억원이다.
수익 대비 비용을 나타내는 총영업이익경비율(CIR)은 올 1분기 전년동기대비 3.1%포인트 상승한 49.6%를 기록해 악화됐다. 은행과 카드사의 특별퇴직에 따른 대규모 일회성 비용 인식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일회성 비용 요인을 제외한 1분기 CIR은 42% 수준이다.
은행만 '맑음'…금투·카드·생명 '먹구름'
계열사별로 보면 믿을 구석은 맏형인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1분기 연결당기순이익 667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5.9%(916억원) 증가한 수치다. 1분기 중 특별퇴직 실시로 인한 대규모 일회성 비용 인식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중심의 양호한 대출 자산 성장 및 저원가성예금 증대 노력에 힘입은 결과다.
1분기 이자이익(1조6830억원)과 수수료이익(2054억원)을 합한 은행의 핵심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8.6% 증가한 1조8884억원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1분기 말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전년동기대비 0.1%포인트 하락한 0.24% 수준이다.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54.2%포인트 상승한 179.2%다. 은행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8베이시스포인트 하락한 0.16%다.
동생 격인 비은행 계열사들은 부진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전년동기대비 12.8% 감소한 119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금리상승과 증시 조정 등 악화된 시장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하나카드(913억원), 하나생명(18억원)의 당기순이익도 전년동기대비 각각 24.7%, 90.2% 줄었다. 그나마 하나캐피탈이 이자이익과 매매평가익 증대에 힘입어 전년동기대비 48.1% 증가한 91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한편, 하나금융은 2005년 지주 설립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소각 규모는 1500억원 수준이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다.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주식 수가 감소해 주당순이익(EPS)이 커지고 투자자가 가져가는 배당금 역시 많아지는 효과가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앞으로도 주주들의 신뢰에 보답하고 주주가치 향상을 위해 다양한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