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일을 냈다. 지난해 3조1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두며 은행 수익성 실적을 따졌을 때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을 제치고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이를 바탕으로 하나금융그룹도 역대 최고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2분기 주춤했던 것이 무색하게 주요 금융지주 중 3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하나은행이 다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순이익이 3조6257억원을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전년보다 2.8%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새로 썼다.
다만 순이익은 4분기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8% 가량 줄어든 7763억원에 그쳤다. 기업대출 증가 등 이자이익은 늘었지만 4분기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손실 등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가계대출 잔액이 소폭 줄었지만 기업대출 잔액이 증가하면서 이자이익이 크게 늘었다. 하나금융 지난해 이자이익은 전년보다 19.9% 증가한 8조9200억원이었다. 기준금리 인상 등 시장금리 상승이 자산 재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고, 대기업 등 자금수요 증가로 인한 금리성 자산 증가도 이자이익 증가 요인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하나금융 연간 순이자마진(NIM)은 1.83%로 전년보다 0.17%포인트 개선됐다. 여기에 외환매매이익도 늘면서 수익성에 힘을 보탰다. 하나금융 지난해 외환매매이익은 5161억원으로 전년보다 13배 이상 급증했다.
수수료 이익은 경쟁 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부진했다. 1조7440억원으로 전년보다 6.4% 감소했다. 증시 약세 등 금융시장 변동성 심화로 자산관리 관련 수수료가 정체됐고, 유동성 축소 등 영업환경 악화로 IB(투자은행) 관련 수수료도 약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대출자산 증대를 통해 늘어난 이자이익이 성장 배경인 만큼 하나은행이 돋보인다.
특히 하나은행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보다 23.8% 증가한 3조1692억원을 달성했다. 은행이 낸 순이익만 보면 KB국민은행(2조9960억원)과 신한은행(3조450억원)보다도 많다. 리딩뱅크 경쟁에서 하나은행이 가장 높은 자리에 위치한 것이다.
하나은행 지난해 이자이익은 7조6087억원으로 집계됐고, 4분기에만 2조1080억원으로 전년보다 25.8% 증가했다. 연간 순이자마진도 1.61%로 0.2%포인트 올렸다.
김영일 하나은행 부행장은 "다른 은행과 비교해 기업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데, 작년 4분기 금리 상승분이 반영된 게 순이자마진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은행 빼면 '뒷걸음질'
하나은행을 제외한 계열사들은 부진했다. 그룹 순이익에서 비은행부분 기여도가 19.9%에 불과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15.8%포인트 급감한 것이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75.1% 급감한 1260억원으로 그룹 내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증시 약세로 중개수수료 등 자산관리 수수료가 줄었고, 유동성 축소 등 업황 부정적이었다.
하나카드도 23.4% 줄어든 1920억원을 기록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 부담이 커졌고, 가맹점수수료 재산정 등의 여파도 있었다.
하나캐피탈이 계열사 중에선 유일하게 수익성을 제고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2983억원으로 전년보다 9.7% 증가했다. 4분기 추가적인 대손충당금 적립에도 우량 자산 증대 효과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