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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김정태의 '멤버십' 씨앗, 함영주 꽃 피울까

  • 2023.03.13(월) 13:44

금융권 최초 통합멤버십 '하나멤버스' 런칭
김 전 회장, 글로벌 접목해 GLN로 발전
함영주 회장 올해 '글로벌' 강조…GLN 성과 기대

혹시 신용카드 대금을 납부할 때 "쌓여있는 계열사 포인트로 결제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주요 은행과 계열사들은 금융서비스 사용에 따라 계열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통합멤버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같은 계열사의 금융서비스를 많이 사용할수록 다양한 포인트 적립 혜택을 누릴 수 있죠.

사실 이런 금융서비스가 자리 잡은 것은 10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2015년에 이같은 '통합 멤버십'을 내놨고 다른 금융지주 역시 뒤이어 같은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이제는 '대중적인 금융서비스'중 하나로 자리 잡았네요. 

하나금융지주는 당시 왜 통합 멤버십 서비스를 들고 나왔을까요. 

/그래픽=비즈워치

김정태 전 회장 2015년 '승부수'를 내놓다

시간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금융권 디지털 전환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자 당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를 선보였습니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처음이었습니다. 

'하나멤버스'는 가맹 협약을 맺은 곳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는 소식에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서비스 출시 직후 당시 하나은행의 디지털 고객 순증량이 약 500만명에 달했다고 하니 당시 인기가 가늠이 됩니다.

특히 김정태 회장은 계열사들이 서로 통합,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 멤버십 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통합멤버십'의 사업모델에 대한 특허를 신청하기도 했죠.

하지만 특허청이 해당 멤버십 사업모델 특허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긴장했던 경쟁은행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GLN 모식도. /그래픽=GLN 인터네셔널 홈페이지

하나금융, GLN으로 돌파구 마련

통합 멤버십의 힘을 본 김정태 회장은 '특허'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또다른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바로 GLN(Global Loyalty Network)을 출범시킨 겁니다. GLN은 쉽게 생각하면 현재의 간편결제 시스템을 생각하면 됩니다. 간편결제 서비스에 '현금'을 충전한 이후 이를 가맹점에서 자유롭게 결제할 수 있지요.

GLN역시 하나금융의 멤버십 포인트를 충전한 이후 이를 가맹점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 였습니다. 주목할 점은 GLN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기획됐다는 점입니다.

하나멤버스에 충전한 금액은 환전 등의 절차가 없더라도 해외에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우리가 흔히 쓰던 간편결제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겁니다.

GLN의 경쟁력을 알아본걸까요? 서비스 출범 이후 하나금융지주는 GLN들의 파트너들을 빠르게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국내외 주요 결제사, 유통사 등을 포함해 해외 은행 등이 파트너로 합류했죠. 

지난 2019년 대만과 태국에서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내놓는 등 하나금융지주의 글로벌 디지털 경쟁력은 GLN과 그 모태인 멤버십 서비스를 타고 확대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야속한 코로나 바이러스

하지만 2019년 코로나 사태가 분위기를 확 바꿔버렸습니다. GLN의 핵심은 사용자가 국내외에서 자유롭게 포인트를 활용해 결제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런데 하늘길이 닫히니 GLN의 강점이 사라져 버린 겁니다.

GLN이 주춤하던 시간동안 국내 대형 간편결제사들도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기 시작합니다. 이들 역시 '포인트 충전' 방식을 활용해 굳이 환전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해외에서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내놨죠. 현지통화의 가치를 결제시점 환율을 적용해 자동 환전되는 방식이었습니다.

특히 대형 간편결제사들은 국내에서 하나멤버십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고객수를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하나금융 입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해 GLN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점이 뼈아팠을 겁니다. 

/사진=하나금융지주 제공

다시 열린 하늘길…기지개 펴는 GLN

올들어 코로나19로 인해 막혔던 하늘길이 다시 열리자 하나금융의 GLN도 활기를 찾는 모습입니다.

지난해말 해외에서 GLN을 활용해 결제 가능한 국가에 베트남, 일본 등이 추가됐습니다. 태국,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일본, 라오스, 홍콩, 괌 등 8개국입니다. 국내에서 결제기능을 제공하는 사업자중 가장 많은 국가에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주목할만한 지점은 경쟁상대인 KB국민은행도 GLN의 인프라를 활용해 해외 결제시장에 도전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KB국민은행과 모기업인 KB금융지주가 글로벌 결제 인프라를 활용하기로 한거죠. 

최근에는 대만 타이신 은행, 일본 스미토모 미츠이 신탁은행, 카카오페이 등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받는데도 성공했습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그래픽=비즈워치

김정태의 '씨앗', 함영주가 피울까

올해초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크게 3가지를 주문했습니다.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 △글로벌 위상 강화 △디지털 금융 혁신 등 입니다.

이어 개최한 '하나금융그룹 출발 2023' 행사에서 '글로벌 위상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다시 강조했습니다. 

사실 새롭다고 볼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다만 주문의 '순서'가 다르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합니다. 그동안 디지털이 최우선 과제로 꼽혔지만 올해는 디지털에 앞서 글로벌을 주문한 겁니다. 

올해 하나금융지주는 본격적으로 GLN을 활용해 글로벌 사업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특히 함영주 회장은 김정태 전 회장 시절 차기 리더로 꼽혀온 인물입니다. 김 전 회장의 역작인 통합 하나은행의 초대 수장을 맡았고 지주회사 부회장으로 핵심사업을 주도해왔습니다.

GLN의 사업방향과 목표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때문에 함영주 회장이 김 전 회장이 뿌려놓은 GLN의 씨앗을 얼마나 잘 키워나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결과는 곧 하나금융의 글로벌·디지털 경쟁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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