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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알뜰폰의 속사정]③국민은행을 향한 연이은 견제구

  • 2022.08.04(목) 06:41

리브엠, 출시 초기 5G망 선보이며 시장 견인
가격경쟁력에 입소문…영세업자들 "시장교란' 지적
SKT-KT도 남모르게 견제…망제공 미루고 5G 빼고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의 비금융 산업 진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잡음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특례로 허용돼 금융권이 가장 먼저 관심을 기울인 분야는 이동통신사업이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금융사의 통신업 진출은 점차 속도를 내고 있는데 금융권내에서나, 통신업계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있다. 금융권의 비금융 영토확장 선례인 '알뜰폰' 사업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금융과 통신의 본격적인 융합을 꾀한 건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금융당국이 금융혁신을 위해 규제유예를 예고하자 전사적으로 곧장 알뜰폰 사업 진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시작 당시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당시 이제 막 망이 깔리기 시작한 5G 요금제를 알뜰폰에 처음으로 적용한 것도 KB국민은행이 망 제공자인 LG U+를 적극적으로 설득한 게 배경이 됐다.

통신 3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알뜰폰 가입자가 줄어들자 알뜰폰 시장에 새로운 기운을 넣어줄 것이란 업계 영세 사업자들의 기대도 나왔다.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펼친지 3년이 지나자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KB국민은행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라며 "KB국민은행에게 내어준 알뜰폰 라이센스를 회수하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동통신망을 내어주는 일부 통신사들도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향해 보이지 않는 견제구를 날리는 모습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더 좋은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해 금융사 중심의 통신사업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결국 통신사업은 현재 통신 3사에 종속되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KB국민은행 '리브엠' 왜 미운오리 됐나

KB국민은행이 '리브엠'을 런칭했을 당시 알뜰폰 가입자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다. KB국민은행이 Liiv M의 공식 출범을 알린 2019년 12월 기준으로는 가입자 수 800만명선이 무너진데 이어 줄곧 하락세를 이어갔다.

'리브엠'도 알뜰폰을 향한 소비자들의 외면은 피할 수 없었다. KB국민은행은 1년 안에 1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는 아직까지도 이뤄지지 않은 허상으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냈다. 매달 1만명 가량 고객을 꾸준히 확보한 끝에 현재는 3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금융과 통신의 시너지를 어느정도 내는데도 성공했다. 특히 알뜰폰 시장에 5G망을 보급하는 마중물 역할도 해냈다. 

금융과 통신의 시너지 효과도 검증했다. 금융서비스 기록을 바탕으로 통신 비용을 절감해주는 효과를 냈고 통신서비스 이용 내역을 바탕으로 적금 금리 인상 등과 같은 금융서비스 혜택을 늘리는데도 성공했다. 금융과 통신의 시너지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미운털이 박힌 건 KB국민은행이 금융과 통신의 결합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이후 좋은 평가가 증가하면서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란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컨슈머인사이트 조사결과에 따르면 리브엠은 2021년 하반기와 2022년 상반기 알뜰폰 고객만족도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KB국민은행 알뜰폰 기본요금은 대부분의 알뜰폰 사업자와 대동소이 하다"라면서도 "다만 리브엠은 금융 실적에 따라 대규모 요금할인 혜택이 따라붙어 가격경쟁력 부문에서 경쟁이 되지 않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KB국민은행이 자본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점도 영세 알뜰폰 사업자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요금제 중 가장 많은 고객이 쓰고 있는 요금제 중 LTE 요금제(월 11GB데이터 제공, 일 2GB데이터 제공, 데이터 초과시 3Mbps속도로 사용 가능)의 기본요금은 3만3000원으로 타사 알뜰폰 요금제와 비슷하다.  단 KB국민은행의 고객일 경우 최대 2만4800원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사실 KB리브엠의 시장점유율은 3% 미만으로 은행이라는 거대 자본이 합류한 것에 비해서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하지만 인기가 계속 치솟고 있는데다가 가격경쟁력까지 유지하면서 통신사업자들에게 위기 의식을 불어 넣었다"라고 전했다.'

SKT와 KT의 '견제구'

핵심은 영세 알뜰폰 사업자들뿐만 아니라 SK텔레콤과 KT 등 국내 2대 통신사들이 리브엠을 견제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KT는 최근 리브엠에 알뜰폰 사업을 위한 망을 대여키로 했지만 5G망은 대여하지 않기로 했다. SK텔레콤의 경우 KB국민은행과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좀처럼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LG U+가 리브엠에 알뜰폰 사업을 위한 통신망을 제공함은 물론 2019년 당시 이제 막 5G 경쟁의 서막이 올랐을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5G 망을 내준 것과 비교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7월말에도 KB국민은행과 SK텔레콤의 해당 사업 임원들이 직접 모여 협의에 나섰지만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이는 현재 알뜰폰 시장 점유율을 사실상 통신 3사가 50%이상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통신 3사는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점유율을 KB국민은행에 내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제휴 방식을 통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을 통해 알뜰폰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는 SK텔레콤과 KT의 사례만 봐도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KT는 신한은행의 모바일 뱅킹 '쏠'을 통해 자회사의 알뜰폰을 판매하고 있는데 여기에 포함된 상품 라인업에는 5G망이 포함됐다.

SK텔레콤은 하나은행과 제휴를 통해 판매한 알뜰폰 요금제에 파격적인 가격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가장 대중적인 알뜰폰 요금제인 LTE 데이터 11GB 가격을 업계 평균보다 4000원 가량 저렴한 2만8600원에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KT와 SK텔레콤의 경우 계열사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은행을 영업 창구로 쓰기 때문에 5G망 제공, 파격적인 가격 및 혜택 제공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반면 KB국민은행은 직접 통신사업을 하는 경쟁자라는 측면이 있어 KB국민은행을 견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 방통위 등 주무부처들이 국민들의 통신비용 절감을 위해 규제까지 유예해주며 다양한 플레이어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내걸었지만 통신사들이 방어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 알뜰폰 사업체를 인수한 토스에 대해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견제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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