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국민 통신비 절감을 위해 알뜰폰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은 KB국민은행에만 시범적으로 허용했던 알뜰폰 사업을 모든 은행에 열었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MVNO(알뜰폰) 서비스 '리브엠(Liiv M)'를 키워 통신과 금융이 융합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치고 나가면서 확보할 수 있었던 선점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융합의 성과까지 갈 길도 멀지만 경쟁은 치열해진다는 점에서 애초 목표를 향한 여정도 더욱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낮춰 알뜰폰 키우겠다는 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일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내놓으면서 알뜰폰 사업자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 규제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현재는 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지 않도록 하는데, 앞으로는 '완성차 회선을 제외한' 알뜰폰 시장을 기준으로 50%를 넘지 않도록 한다.
이는 완성차에 들어가는 회선을 제외한 '순수 통신 알뜰폰 시장' 만을 대상으로 점유율을 다시 따지겠다는 얘기다. 분모를 줄이면 50%로 제한된 통신 3사 계열사들의 알뜰폰 시장 확대 여지가 좁아진다. 통신 3사 외에 알뜰폰 사업자를 키우기 위해 독과점을 견제하는 장치를 두는 것이다.
과기부는 아울러 지난해 9월 만료된 도매 제공 의무제도를 상설화하기로 했다. 알뜰폰 업체들은 통신 3사의 망을 빌리는 방식으로 사업한다. 도매제공 의무제도가 있다면 은행이나 기존 통신사 외 알뜰폰 사업자들은 통신 3사의 망을 종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인데 정부가 이러한 가격 경쟁력을 더욱 갖출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알뜰폰 소비자의 경우 가격에 따라 쉽게 요금제를 교체한다. 이는 가격 경쟁력을 얼마나 갖출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흐려지는 리브엠의 '시장선점' 효과
금융회사는 '금산분리' 규제 때문에 비금융 업권에 대한 사업 진출이 철저하게 제한된다. 다만 정부는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금융서비스와 융합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져 소비자의 편익이 증가한다는 국민은행의 제안을 예외적으로 받아들였다. 규제 특례 제도인 '샌드박스'를 통해 알뜰폰 사업을 펼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하지만 은행권에서 국민은행만 알뜰폰 사업이 가능했던 상황은 지난 4월부로 끝났다. 정부가 은행의 알뜰폰 업무를 정식 부수업무로 인정해 주기로 하면서다. 다른 은행들 역시 금융당국에 신청만 하면 통신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관련기사 : [은행, 알뜰폰 품다]上 은행서 폰 개통 가능해진다
은행 금융서비스 이용 등과 연계해 통신비를 절감하는 은행형 알뜰폰 요금제가 다른 은행에서도 흔히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올 초 알뜰폰 서비스업체 머천드코리아를 인수해 알뜰폰 서비스 '토스모바일'을 내놨다. 토스모바일은 온라인 송금 기반의 토스 앱에서 통신 관련 사후관리를 가능하게 했고 미사용 데이터는 토스포인트로 환급(캐시백)해 주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다른 주요 시중은행의 경우 당장 알뜰폰 사업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들 드러내진 않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업에서 확보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금융사업에 연계시키는 가능성은 어느 곳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시너지만 확보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진출할 수 있다는 태세다.
한 은행 관계자는 "당장은 알뜰폰 진출 계획을 내놓을 계획이 없으며 이는 KB국민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통신사업과의 시너지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검토가 됐기 때문에, 향후 언제든지 진출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