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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보하는 KB알뜰폰]①절반도 못 채운 목표

  • 2023.07.24(월) 11:14

3년반동안 가입자 40만명…'목표는 100만'
금융+통신 융합 무색…가격경쟁력도 하락
'고유업무 아닌 탓' 거대 영업망 '무용지물'

KB국민은행의 MVNO(알뜰폰)서비스 리브엠('Liiv M)'이 출시 3년을 넘겼지만 답보 상태다. 국민은행이 내건 초기 목표는 가입자 100만명이었다. 금융에 통신을 융합하려면 최소 이 정도는 필요하다면서 잡은 숫자였는데, 이까지는 턱없는 상황에서 진척도 없다.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Liiv M이 가지고 있던 가격경쟁력은 약해졌다. 강력한 모객 기반으로 여겼던 전국 은행망과 직원들도 사업을 제 궤도에 올리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금방일 줄 알았던 …가입자 100만 목표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가입자 수는 40만명 안팎이다. 지난 2019년 12월 본격적인 서비스를 개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42개월 동안 월평균 8000명 가량의 고객을 확보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통신사업에 진출하면서 통신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금융서비스와 융합,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것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이를 위해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쌓기 위해서는 최소 100만명의 고객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국민은행은 사업 시작 직후 6개월 정도면 이 목표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Liiv M출시를 진두지휘했던 허인 당시 국민은행장은 "(출범이후)최소한 3~6개월 정도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통해 더 좋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 [CEO&]허인 KB국민은행장과 신년사 톺아보기

그러나 3년 반가량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금융데이터와 통신데이터를 융합한 새로운 서비스는 내놓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가입자 순증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 충분한 데이터를 쌓지 못해서다. 

이 은행 관계자는 "금융데이터와 통신데이터를 융합한 새로운 신용평가모형 등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해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융과 통신이 융합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데에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제자리걸음'하는 이유

Liiv M이 좀처럼 가입자를 늘리지 못하는 데에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배경이 있다. 출범 초기 5G 요금제 중 매달 180GB 데이터 제공+소진시 10Mbps로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는 모든 할인을 받을 경우 월 2만9000원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하지만 현재 이 요금제는 최대 할인을 받아도 월 4만7500원이다. 

알뜰폰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LTE 월 11GB 데이터 제공+일 2GB데이터 제공, 소진 시 3Bbps무제한 요금제는 출범 초기 모든 할인을 받을 경우 월 2만2000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할인을 다 받아도 월 2만5900원을 내야 한다. 

그나마 이는 Liiv M의 출범 초기부터 든든한 파트너인 LG유플러스(U+)망에 한해서다. 이후 추가된 SK텔레콤(SKT) 혹은 KT의 통신망을 사용하면 요금이 조금 더 비싸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출범 당시 내걸었던 일부 프로모션(판촉)이 종료된 영향에 현재는 가격이 소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는 사이 다른 알뜰폰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현재 통신 3사의 알뜰폰 계열사와 기타 알뜰폰 사업자 모두 Liiv M과 비슷한 가격대의 요금제를 선보인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오픈(출시) 특수 이후 약정이라는 걸림돌이 없는 알뜰폰 고객의 특성 상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거대한 영업망도 무용지물이다. 현재 Liiv M 주요 사용층은 온라인을 통해서만 가입이 가능하다. 온라인으로 가입신청을 마무리하면 유심(USIM) 칩이 배송오는 형태다. 연령별 고객 비중은 30대가 37.8%로 가장 높고 20대 23.2%, 40대 17.7%다. 직접 은행 지점을 많이 찾는 그 외 연령층 비중은 20% 남짓이다.

하지만 긴 창구 대기열이나 지점 인원의 업무 가중을 고려하면 통신 영업에 지점을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과 관련해 고령층 혹은 미성년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만 대면판매를 하고 나머지는 비대면으로만 하도록 노조와도 합의했다. 은행의 고유 업무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취지에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령층과 미성년자에 대한 알뜰폰 판매도 사실상 은행 고유의 업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적극적이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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