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리 인상 자제를 요구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주로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 때문에 높게는 연 8~9%에 달했던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낮게는 4%대까지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 차주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시중 은행들의 금리 인하 혜택이 신규 대출 차주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기존 차주들의 경우 금리 인하 효과를 보려면 중도상환수수료와 대출 이자 차액을 잘 따져 대출을 갈아타거나, 특례보금자리론 이용 등을 고려하는 게 그나마 방법이다.
주담대 금리 한달 새 1%P 떨어졌다는데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요 주택담보대출 상품 변동 금리는 연 4.27~6.4%다. 지난달 5일 기준 5.15~8.11%였던 것이 상단은 1.71%포인트, 하단은 0.88%포인트 내려왔다. 한 달 사이에 금리 밴드가 1%포인트 안팎 낮춰진 것이다.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조치는 공적 의무를 강조하는 금융당국의 기조에 따라 이뤄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큰 점을 개별 은행들이 살펴봐 달라"고 말하는 등 여러번 은행권에 금리 인하 메시지를 냈다.
금융당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은행들은 너도나도 앞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국민은행이 가장 먼저 주담대 중 KB주택담보대출은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기준 최대 1.05%포인트, KB주택담보대출 신 잔액 코픽스는 최대 0.75%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주택담보·전세대출 일부 상품의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인하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를 각각 0.4%포인트, 0.8%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모두 준거금리(코픽스)에 더해지는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기존 차주들은 금리인하 효과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주담대 금리가 떨어진다는 데 오히려 나는 적용 금리가 올랐다"는 등 불만이 여기 저기서 나온다. 이는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조치가 신규 대출분에 한해 적용되기 때문이다.
기존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하 대상이 아니다. 그런 탓에 6개월·1년 등의 주기로 찾아오는 변동시점에 적용이 될 준거금리가 낮아지는 것에서만 금리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존대출 금리는 오히려 오를 수도?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도 꺾이긴 했다.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줄줄이 내리면서 12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달(4.34%) 대비 0.05%포인트 하락하며 11개월만에 반락했다. 신규취급액 코픽스를 기준으로 주담대를 취급하는 은행들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0.05%포인트씩 내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6개월·1년' 등 적용금리 변동주기 기간을 감안하면 기존 차주들이 금리 인하 효과를 당장 보기는 어렵다. 12월을 기준으로 지난 6개월 전에 비해 신규 코픽스는 1.91%포인트, 1년 전보다는 2.6%포인트 오른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2월 신규취급액 코픽스 하락분(0.05%포인트)이 지난 1년간 상승분(2.6%포인트)을 희석시키지 못한다"며 "기존 대출자들이 종전보다 낮아진 변동금리 안내를 받아보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상환하고 신규로 대환 대출 받을까?
신규 대출의 금리가 낮을 경우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신규대출로 갈아탈 수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통상 대출을 받은 지 3년이 안 된 시점에서 대출을 해제할 때 잔액의 1%대의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령 3억 대출을 받고 바로 1.2%의 중도상환 수수료율로 상환을 하게 되면 내야 하는 중도상환수수료는 360만원이다.
신규대출로 갈아타면 이자를 아낄 수 있지만 은행에 내줘야 하는 중도상환수수료를 고려하면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자칫 줄어들 이자보다 중도상환수수료가 더 많을 수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주담대의 경우 금액이 크기 때문에 1%대 수수료여도 일시 상환할 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은 특례보금자리론 대환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조언한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우대금리를 모두 받으면 최저 연 3%대까지 떨어지는 정책모기지다.
기존 대출을 특례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타고자 하는 차주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존 대출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된다. 만일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하다가 중도에 상환하는 경우에도 중도상환수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관련기사: 한정판 효과? 특례보금자리론 흥행가도 이어갈까 (2월 3일)
금융권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 같이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상품을 제외하고는 중도상환수수료와 대출 이자 차액을 비교한 뒤 금리 변동 시점을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