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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내주는 금융 플랫폼…'상생일까 아닐까'

  • 2023.10.23(월) 06:11

금융 플랫폼, 대출 중개시 이자지원 마케팅
금융 플랫폼 "고금리 시대 이자지원은 상생'
쉬운 대출 인식 우려·규제 회피 지적도

대출 비교 가입 시장이 활성화 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일부 플랫폼 기업들이 '출혈경쟁'을 펼치는 모습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데다가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고금리 시대에 '빚'을 권유하는 것 자체가 올바른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데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생' 탈을 쓴 출혈경쟁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 중 카카오페이, 네이버 파이낸셜, 토스, 뱅크샐러드, 핀다 등은 대출을 실행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최초 1~3개월 분의 이자를 대신 내주거나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고 있다. 

통상 이들 기업들을 통해 대출이 이뤄지면 대출을 집행하는 금융회사로부터 대출금액의 약 2%이내의 수수료를 받게 된다. 500만원의 대출이 이뤄진다면 약 10만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들 기업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이자 지원 등의 마케팅을 펼치면서 최대 10만원의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 번 돈을 고스란히 다시 쓰는 셈이다. 장사를 잘 해도 남는게 없는 출혈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 회사는 고금리 시대에 최대한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이자 일부를 플랫폼 기업이 내주게 되면 대출차주들의 이자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상생'의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처럼 출혈을 감내하는 것은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가 더 깊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출의 경우 한 번 실행이 된 이후 다시 해당 서비스를 찾는데에는 적게는 1년, 많게는 수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라면서도 "이 과정에서 현재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경험해보도록 유도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하도록 해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조만간 주택담보대출 등 건당 대출 취급액이 많은 대출이 대출 비교 서비스에서 취급되기 시작해 이자 지원금이 소비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재와 같이 '첫 달 이자'를 내주기에는 그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대출 비교 서비스 시장이 이제 막 자리잡은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해 과도한 출혈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핀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야말로 플랫폼 기업에게 외적인 성장과 재무와 같은 내적인 성장을 동시에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라며 "따라서 현재와 같은 출혈경쟁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대출 권하는 플랫폼…'상생' 표방 할 수 있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 플랫폼 기업들이 이자를 낮춰주는 방안을 펼치는 것이 오히려 가계대출을 키우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통상 대출차주들이 대출을 실행하기 이전 가장 고민하는 점은 당장의 자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와 매달 상환하는 이자 부담이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들이 이자를 일부 내주면서 이 부담을 일시적으로 감내해 주는 것이 대출을 좀 더 쉽게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변동금리 상품인 신용대출을 중개하면서 이자를 일부 내준다고 고객을 유혹하는 것은 고금리의 수렁으로 금융소비자를 유혹하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직접 대출을 실행하지 않아 관련 규제의 틀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금융 플랫폼 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대출의 경우 광고를 집행할 때 빚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문을 넣는 등 깐깐한 심의를 거쳐 광고를 하게 돼 있다"라며 "대출 플랫폼은 이와 같은 심의절차없이 이자를 지원한다는 광고는 대출을 권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관련 규제에서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돈을 지원해주는 것만이 상생은 아니다"라며 "자금이 정말 필요한 곳에서 잘 사용되도록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금융회사가 지켜야 하는 도리이며 상생"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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