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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vs 보험]③'빅테크'를 견제하라

  • 2023.09.20(수) 06:09

은행 방카 수수료 비중 10%도 안돼
규제 완화 통해 빅테크와 주도권 싸움

은행들이 약 20년만에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를 외친 표면적인 이유는 금융소비자 편익 확대와 이자에 기대지 않는 은행 수익원 다각화다. 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조만간 빅테크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보험 비교 가입 서비스가 예정된 만큼 금융 서비스 접점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미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결국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은행들의 전략이라는 얘기다. 

미래먹거리라고 하기에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방카슈랑스 판매를 통해 거둔 수수료 수익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약 1459억원 가량이다. 이 기간동안 이들 은행의 수수료 수익 규모가 2조1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10%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매년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방카슈랑스 규제를 일부 완화한다 하더라도 은행의 수수료 수익을 대폭 끌어올려 줄 것이란 의미로는 보기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은행 관계자는 "방카슈랑스를 통해 많이 판매되는 저축성 보험의 경우 만기가 짧아야 5년, 길게는 10년이기 때문에 비슷한 성격을 가진 예금 및 적금에 비해 고객을 유치하는 숫자가 적을 수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은행 내부에서 주 수수료 수익원으로 꼽고 있는 부분은 최근 규제가 개선된 퇴직연금"이라며 "방카슈랑스에 비해 취급액이 더 많고 더 많은 수수료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카슈랑스는 제도가 개선되더라도 수익성이 급격하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돈' 보다는 '주도권 싸움'

은행들이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보다 빅테크에 대한 견제의 기능이 더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내년 1월을 목표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등 빅테크 기업의 금융 앱 내에 보험 비교 및 추천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빅테크 앱에서는 예금, 적금, 대출, 보험 등 주식매매를 제외한 핵심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현재 금융상품의 비대면 판매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빅테크들이 금융상품 판매의 핵심 채널이 되는데 속도가 붙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은행 입장에서는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빅테크에 준하는 금융상품 판매 라인업을 갖춰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전통적인 금융회사가 빅테크의 영향력에 밀려 점점 철저한 상품 공급자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라며 "장기적으로 은행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규제 해소를 위해 은행들도 빅테크 기업들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보험, 이미 빅테크와 '기싸움'…은행까지 난입 '불편'

은행들이 "방카슈랑스 이용 고객이 영업점 뿐만 아니라 거래은행 앱에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은행권 주장에 대해서 보험업계가 반발하는 것도 결국 '생존'의 문제다.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도입에 더해 방카슈랑스 규제까지 완화한다면 보험사-은행-빅테크의 삼자 경쟁구도가 형성된다.

금융권 '맏형' 격인 은행까지 가세하면 보험업계 입장에서는 협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게 보험업계의 관측이다.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①'빅테크'와 '빅보험' API 샅바싸움(8월 22일)[인사이드 스토리]②API 합의되면 끝일까…그 이후는?(8월 23일)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방카슈랑스 채널의 주력인 저축성보험 판매가 빅테크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 포함되는 것을 의식해 규제 개선을 통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부에선 판매 규제가 대거 풀리면 은행은 수수료만 챙기고, 책임은 보험사가 뒤집어 쓰게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불완전판매 등 피해 구제와 보험계약자 사후 관리는 보험사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기 때문이다. 

종신·자동차보험 등 상품 판매군이 복잡해지고 25%룰도 허물어지면 상대적으로 낮은 방카슈랑스의 불완전판매율도 안심할 수 없다. 보험사들 입장에서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는 리스크 확대, 경쟁 심화 등 생존을 위협하게 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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